[풍경소리] 딥택트는 '빛'을 전할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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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딥택트는 '빛'을 전할 좋은 기회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승인 2021-03-29 08:23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전문연구위원
우리의 삶은 평소에도 어둠으로 가득 차 보일 때가 많다. 대다수는 주위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자신만을 생각한다. 자신이 더 많이 얻고 더 크게 차지하고자 누군가를 짓밟고 뭉갠다. 이 과정에서 써먹은 거짓과 꼼수를 미덕이라 여기기까지 한다. 이렇듯 분열과 분쟁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봄은 우리 곁에 다가와 곳곳에 서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조그마한 빛이 가늘게 새어 들어온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빛을 나누려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개의 빛만으론 너무 부족이다. 그 희미한 빛을 받아 옆 사람에게 전하고, 또 그 사람이 자신의 옆 사람에게 전하며 들불처럼 번져나갈 때 비로소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어둠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이, 많은 사람의 손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빛으로 환히 밝혀질 수 있다. 한 사람에겐 비록 자그마한 빛이 될지라도 모든 사람에게 산불처럼 퍼져나갈 때 가능하다. 그러려면 나 혼자만 밝아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그 빛을 나눠야 한다. 그 빛을 한 사람씩 연달아 나눠 가질 때 세상은 점차 밝아질 것이다. 그러면 누구에게 그 빛을 나눌 셈인가. 그럴 동반자는 있는가.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양편으로 갈라선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 바꿔 놓았다. 감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는 이미 일상적인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언택트 불길이 모든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진 않았다. 모든 관계의 단절은 곧 어둠이 아니던가. 오히려 같이 사는 가족과 아주 가까운 친구나 지인에게 집중하는 딥택트(deep+contact)가 확장해 나갔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가까운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 딥택트 관계를 활용해 조그만 빛을 나누어 옆 사람에게 전달해 나가자. 이 빛이 전국으로 번져나갈 때 결국 행복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코로나의 어려움은 건강과 생명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인간관계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그보다 더욱 강한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 자주 들려야 한다. 감탄이 절로 나는 요리에는 깊은 맛을 더해주는 소금이 필요하듯, 세상이 어두울 때 빛을 밝혀주는 등불이 필요하다. 힘이 들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누군가의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더라도, 이해하고 안아주고 함께 고민하는 누군가의 동반자가 되어 주자. 그 동반자의 손을 잡고 오늘도 한 걸음 걸어가기를 기도한다.



독자들은 지금도 '파김치' 하면 먹는 파김치가 먼저 연상되는가. 과거엔 파김치와 밀접한 연관어는 십중팔구 맛집 등 음식으로 이어졌다. 파김치는 중간 굵기의 쪽파를 멸치젓갈과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어 담그므로 맛이 진하고 매운 김치를 말한다. 파김치도 고들빼기김치나 갓김치처럼 오래 묵혀야 깊은 맛이 난다. 물론, 예전부터 파김치는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몸이 몹시 지쳐 나른하게 된 상태를 '파김치가 되다'라 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의 파김치는 엄마, 코로나와 함께 더 많이 언급된다고 한다. 집에 머무는 가족이 늘면서 가사 시간이 부쩍 늘어난 주부들과 '파김치가 되다'는 표현이 연결된 것이다.

가족들이 코로나 덕분에 엄마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코로나 시대에 주부들은 '주말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재택근무하는 아버지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자식 등 가족 모두가 좁은 집안에서 하루종일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젠 가족 구성원이 슬기롭게 생활하는 방법을 스스로 많이 터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딥택트에 너무 안주해선 안 된다. 인간관계나 접촉의 폭을 조금씩 넓혀나가자. 그 가운데에서 사랑의 빛을 희망의 빛을 서로 나누고 전달하자. 살아보니, 지금 만나는 옆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까운 인연이 아닌가.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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