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문화향유 위한 ‘버스킹’ 공연팀 모집?... 제도권 개입 본질훼손 논란

  • 문화
  • 문화 일반

시민 문화향유 위한 ‘버스킹’ 공연팀 모집?... 제도권 개입 본질훼손 논란

대전마케팅공사 오는 20일까지 개인.단체 모집
소음민원.난립 방지 목적 시간장소 한정 재능기부
문화계 "열정페이 강요, 문화마인드 없는 정책"
시 관계자 "공유지 공연.사행행위 안돼, 제재할것"

  • 승인 2021-04-11 11:53
  • 수정 2021-04-11 12:01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버스킹사진
<이미지=연합>
대중음악인들이 관객과의 소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버스킹'에 제도권이 개입하면서 본질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지역 예술가들이 버스킹 장소로 이용하던 한밭수목원 내 광장을 비롯한 몇몇 장소에서 소음 민원이 발생하면서 난립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기관에서 버스커들을 관리 통제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열정페이 마저 요구하면서 예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마케팅공사는 지난 5일 '2021 엑스포시민광장 재능기부 버스킹 공연' 공고를 내고 버스킹을 희망하는 예술인들을 오는 20일까지 모집한다. 1인에서 5인 이하 개인이나 단체로 대전에 거주해야 하며, 작품성과 적합성, 대중성, 기술성 4항목으로 나눠 점수로 환산해 최종 결정한다.

활동 기간은 엑스포시민광장 무빙쉘타 내 무대에서 내달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 1팀씩 오후 1시와 3시에 30분가량 공연하게 된다. 일주일에 2팀이 2타임 씩, 총 16팀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마케팅공사는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와 함께 엑스포시민광장 내 실내연습장을 무료 개방하며, 악기와 음향장비에 따른 전기 사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동아리 수준을 넘어선 준전문가급 이상의 지역 음악인들을 모집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체계는 없는 소위 '열정페이'만 강요한다는 것이다.

대전마케팅공사는 시민에게 대중음악을 알리며 양성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소음에 따른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기관의 꼼수로 제도권 밖의 예술인들로 하여금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버스킹은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음악적 가치를 가늠할 중요한 기회"라며 "재능기부를 명분 삼아 일정 공간 내 포지션을 정해주는 것 자체가 열정페이를 악용하는 것이며, 공공에서 대중 예술인들을 도구화하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문화계 인사는 "무대를 제공해 준다는 기관의 취지는 좋지만, 소정의 대가 지급도 없이 소음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실력 있는 팀만 선별한다는 건 모순되는 행정"이라며 "자발적 모금 형태의 팁박스마저 사행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는 등 문화마인드가 빠진 행정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인들을 고사시키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노정선 대전마케팅공사 사업운영팀장은 "지난해 예산을 못 세웠고, 다른 기관과 협업해 재원 마련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올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아쉬움이 많은 건 인정한다"라며 "공유지에서의 버스킹은 물론 수익 행위 자체가 불법이며, 기관 승인 외 음악팀의 공연은 법적으로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충청총선]더민주-국민의힘-조국까지 대전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표정
  2.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9월 개교'...차질 없이 한다
  3.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
  4. 가수 영호 팬클럽 '이웃위해' 100만원 기탁
  5. 세종시 호수공원 일대 '미술관 유치' 본격화
  1. [총선리포트] 강승규 "양 후보는 천안 사람" vs 양승조 "강, 머문기간 너무 짧아 평가조차 못해"
  2. 2025학년도 수능 11월 14일… 적정 난이도 출제 관건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3월29일 금요일
  4.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왕도정치와 팬덤정치
  5. [WHY이슈현장] 고밀도개발 이룬 유성, 온천 고유성은 쇠락

헤드라인 뉴스


대덕특구 재창조 속도 높인다… ‘마중물플라자’ 조성사업 순조

대덕특구 재창조 속도 높인다… ‘마중물플라자’ 조성사업 순조

대전시는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마중물 플라자 조성사업의 중간 설계를 완료하고 과기부·기재부의 총사업비 조정절차를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마중물 플라자는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아 재도약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대전환을 위해 대전시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협업하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번 중간 설계 완료와 총사업비 조정 확정으로 더욱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ETRI 부지인 유성구 가정동 168번지에 313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8782㎡로 ICT 기술사업화 거점, 전..

세종시 `관광 현주소`는...2023년 어디를 많이 찾았나
세종시 '관광 현주소'는...2023년 어디를 많이 찾았나

세종시 관광산업의 현주소는 어떤 흐름에 올라타고 있을까. 성장기에 놓인 신도시 특성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위상을 고려하면, 관광도시 면모를 기대하는 건 욕심에 가깝다. 그럼에도 방문객 수와 유입 지역, 자주 찾는 장소, 매출액 등의 객관적 데이터 분석은 미래 세종시의 방향성을 찾는데 유효한 과정으로 다가온다. 때마침 세종관광 MICE 얼라이언스 발대식이 3월 29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제 단체 간 발전적 협력 관계 구축을 넘어 지역 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 영문 MICE는 한글로 회의와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란 4가지..

[WHY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WHY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대전유성호텔이 이달 말 운영을 마치고 오랜 휴면기에 돌입한다. 1966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유성호텔은 식도락가에게는 고급 뷔페식당으로, 지금의 중년에게는 가수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던 클럽으로 그리고 온천수 야외풀장에서 놀며 멀리 계룡산을 바라보던 동심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유성호텔의 영업종료를 계기로 유성온천에 대한 재발견과 보존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유성온천의 역사를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온천지구 고유성 사라진 유성대전 유성 온천지구는 고밀도 도시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전투표소 불법카메라 발견에 전국 ‘사전투표소 긴급 점검’ 사전투표소 불법카메라 발견에 전국 ‘사전투표소 긴급 점검’

  •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 ‘우중 선거운동’ ‘우중 선거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