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양의 표심은 현수막보다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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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양의 표심은 현수막보다 냉정하다

최병환 기자 (청양 주재)

  • 승인 2026-01-28 09:12
  • 수정 2026-02-02 10:01
  • 신문게재 2026-01-29 13면
  • 최병환 기자최병환 기자
최병환 청양주재
최병환 기자 (청양 주재)
청양 곳곳에 국민의힘 후보들의 현수막이 일제히 걸렸다. 군수·도의원·군의원 후보를 가리지 않는다.

문구도 비슷하다. '당명 개정', '새로운 출발'. 누가 보더라도 자발적이라기보다 지시의 흔적이 짙다. 중앙당에서 내려온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풍경이다.

지역 현안을 어떻게 풀겠다는 고민보다 공천권을 쥔 윗선의 눈도장 찍기에 더 공을 들인 모습이다. 적어도 청양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막상 군민은 당명개정에 관한 관심도 기대도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함정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정작 당이 처한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문다는 점이다. 최근 국힘을 둘러싼 혼란과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 계파 갈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지금, 특정 인물을 겨냥한 제명 논란과 이를 덮으려는 것으로 읽히는 단식 등 당 대표의 ‘뺄셈 정치' 여파가 지역 정치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는 외면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하청이 아니다. 군수·도의원·군의원은 당 간판이 아니라 지역의 삶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청양의 국힘 후보들은 스스로를 '지역 정치인'이기보다 '중앙당 대리인'으로 규정한 듯하다.

청양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 점을 근거로 여전히 단순한 정치 지형을 떠올리는 시선이 있다면 착각이다. 그동안의 투표 결과를 보면 청양의 유권자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군수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당보다 사람, 구호보다 행정을 봐왔다는 뜻이다.

현수막은 바람에 나부끼지만, 표심은 그렇지 않다. 중앙당의 구호가 지역의 삶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당명 개정이 청양의 인구 유출을 막아주지 않고, 중앙 정치의 슬로건이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중도 표심은 말이 없다. 대신 지켜본다. 누가 지역 이야기를 하고, 누가 중앙만 바라보는지. 누가 갈등을 부추기고, 누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선거 때마다 반복해 온 이 관찰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정치는 결국 기록으로 남는다. 현수막은 철거되지만,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외면했는지는 유권자의 기억에 남는다. 청양의 표심은 이미 여러 번 그것을 증명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양=최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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