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이웃집 할머니

[공감 톡] 이웃집 할머니

  • 승인 2016-12-09 00:01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이른 아침부터 옆집이 소란하다. 징소리도 나고 여자의 구슬픈 소리도 새어나오는 것이 1년에 몇 번씩 하는 굿을 오늘 또 하나보다.

굿하는 소리가 끝나고 한참 시간이 지나 10시쯤 되었을까?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이웃집 할머니께서 떡이며 과일 몇 개를 들고 오셨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굿상에 올린 것은 아니니 맛보라는 것이다. 나는 할머니를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서 차나 한 잔 하자고 집안으로 모셨다.

아들 둘이 자살을 하고 하나 남은 아들마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손녀 둘을 시집 못 간 딸과 맡아 키우고 있다 하시며 자신의 불행한 인생을 어떻게 하든 풀어보고자 1년에 몇 번씩 굿판을 벌리시곤 하신단다. 살아오신 과거가 험난했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며 할머니는 이웃들에게 미안해 어쩌냐고 오히려 이웃 걱정을 하고 계셨다.

도대체 이렇게 선량한 할머니가 전생에 어떤 업보가 있기에 아들 둘을 앞세우고 혼자 남은 아들은 이혼까지 하며 딸은 결혼도 못하고 친정에서 늙어만 가게 되었는지?

할머니께서 무당에게 전해 들었다는 말에 의하면 조상귀신이 씌워 무슨 일이든지 안 된다는 것이다. 조상신이라면 그 자손들이 잘 되기를 도와주고 자손들이 잘 되도록 음덕(陰德)을 베풀어 줘야 하지 않을까? 상식적으론 이런 무속신앙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든 종교는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세계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이 깃들여 있지만 무속 신앙은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상신이라면 자손이 잘 돌봐줘야 할 터인데 자기 자손들에게 씌워 괴롭힌다는 말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힘든 고통이 따르게 되면 뭔가 의지할 곳을 찾게 된다. 따라서 무속인을 찾아 굿을 하게 되거나 종교에 몰입하며 매달리게 된다. 물론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려는 무속인들과 가짜 성직자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만 믿고 따르면 무슨 일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며 본래의 교리(敎理)에서 벗어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종교가 가져야 할 사랑과 포용, 관용, 올바름에 대한 가치들이 사라지고 위대한 신들의 말씀이 이런 이들에 의해 왜곡되어 버린다.

그러나 간절한 이들은 아닌 줄 알면서도 그 꼬임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해 가며 굿을 하기도 하고, 사리사욕에 찬 일부 교단(敎壇)에 과도한 헌금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도 한다. 자신의 불행한 인생에서 벗어나고파 굿을 끊지 못하는 이웃집 할머니처럼.

석가모니는 물론 예수도 탄생하기 전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 기록된 <논어>에 의하면 그 당시 공자께서는 천신(天神)을 인정하면서도 귀신의 존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 때 제자 자공이 신을 섬기는 법을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산 사람을 섬기는 방법도 모르는데 어찌 신을 모시는 방법을 묻느냐?”공자는 인간사의 이치를 제대로 헤아려야만 비로소 신의 존재나 가치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신의 노예도, 귀신의 노예도, 재물의 노예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사람의 행복은 사람과 사람들 간의 조화, 사람과 자연의 조화, 사람과 사회의 조화 그리고 심신의 조화에서 얻을 수 있음을 설파했다. 그러므로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행동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 옳다고 가르쳤으며 신도 그런 사람을 굽어 살핀다고 하셨다.

서양의 격언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우리가 세상을 도리에 맞게 잘 살아가면 신은 그런 이를 알아서 살피신다는 말과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신을 제대로 섬기는 일은 내가 삶을 올바르게 잘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무속신앙을 맹목적인 신앙이기보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로 보면 어떨까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무속신앙을 한국문화의 원형질이라고 보고 있으며 기원 전 고대 사회에서 비롯되어 주변종교로 전락하면서도, 실제 우리민족의 심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고, 동해안 지방에서는 단오굿, 별신굿, 씻김굿 등을 통하여 벌써부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초인종을 누르실 때의 얼굴 표정보다 조금은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 뒷모습에 가끔 말벗이 되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쌓였던 답답함이 풀려 굿에 집착하시는 마음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할머니,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라고 말씀드리자 뒤돌아보는 할머니 얼굴엔 작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김소영(태민) 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빵투어 새 거점 '트래블라운지' 개관
  2. 천안시, '빵빵데이' 참가 빵집 53곳 집중 위생점검 완료
  3. 대전·세종·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 충남은 하락
  4. 나사렛대, 'AX대학혁신본부' 신설… AI 기반 대학 혁신 본격화
  5. 류지현 한화이글스 감독 "2027년 시즌은 내일부터 시작"
  1. 천안시, '어디까지 가봤니?'…관광코스 발굴 공모전 개최
  2. 세종시 전동면 '시니어 모델'… 궁중한복 입고 무대 오른다
  3. 단국대병원, 주한미군 제65 의무여단장 방문
  4. 세종시 '주민생계조합 20년'의 궤적… 행정수도 완성 이끈다
  5.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헤드라인 뉴스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박선규)은 전국 730만 동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여러 기관에 흩어진 건물 관련 행정데이터를 건물 단위로 연결하는 국가 규모의 데이터 연계 체계인 '데이터넷(DataNet)'을 구축했다. 데이터넷은 건축물대장을 기준 데이터로 활용해 서로 다른 정부·공공기관의 건물 관련 행정데이터를 연계하는 것으로, 정밀진단이 필요한 건물을 우선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기반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건설연 건축에너지연구본부 연구팀(팀장 김덕우)은 건축물대장을 기준 데이터로 삼아 건물 에너지사용량, 기상, 상권·상가, 업종인허..

‘200년 발효의 맛과 가을의 낭만’… 제30회 강경젓갈축제 화려한 개막
‘200년 발효의 맛과 가을의 낭만’… 제30회 강경젓갈축제 화려한 개막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 발효식품의 대향연, ‘강경젓갈축제’가 올해로 뜻깊은 30주년을 맞아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논산시는 지난 15일 강경포구 일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7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오후 6시 열린 공식 개막행사에서는 지역 발전과 나눔 실천에 앞장서 온 한순이 씨에게 ‘논산시민대상’이 수여되며 의미를 더했다. 이어진 상징 퍼포먼스에서는 주요 내빈과 방문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경 젓갈로 김치를 담그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현장 참가자들은 감칠맛 나는 젓갈과 달콤한 상월고구마가 어우러..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의 다채로운 빵과 문화, 즐길 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대전 빵 축제'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엑스포과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시민과 함께하는 15m 규모의 대형 롤케이크 커팅 퍼포먼스와 축하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축제의 중심인 '빵 정거장'은 5개 구역(A~E)으로 나눠 운영되며, 방문객들은 참여 빵집의 대표 메뉴를 매장 판매가격보다 5%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