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2024-07-23
10여 년 전에 금산군 추부면과 복수면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복수면에 살던 지인은 '빗줄기 사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집은 둥둥 떠내려갔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2020년에는 용담댐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봉황천 주변의 논밭과 집..
2024-07-16
찬 맛이 나는 바람이 섞여 불어오는 이른 새벽. 한 낮의 뜨거운 열풍을 품고 있는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슬쩍 건드리고 거실 창문의 커튼을 흔든다. 일찍 눈 뜬 아내가 아침 눈 맞춤과 함께 '오늘이 초복(初伏)이네'라는 말을 건넨다. 기도로 아침을 열기 위해 나가는 아내..
2024-07-09
#1.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1981년 기생충 국내 감염률은 41%라고 한다. 국민 둘 중 한 명은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말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하얀 봉투를 나누어 주면, 대변을 담아가고, 기생충 검사 결과를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07-02
2017년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일본 국보·중요문화재 지정 한국 문화재 목록'에 따르면 112건의 한국 문화유산이 일본의 국보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 2019년 추가로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임진왜란 때 왜장 '가야시마 기헤이'를 조선의 무관으로 임명하..
2024-06-25
오월은 '사랑의 달'이라고 합니다. 또한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요. 부모님과 자녀, 스승과 부부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감사함을 느끼며 마음을 표현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오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날, 21일 부부의날도 있습니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
2024-06-18
작업실 앞 마당에 오래된 모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40여년 가까이 되었을 듯싶다. 작업실은 오래된 구옥을 헐고 새로 지은 것인데, 구옥을 구입할 때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마당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한그루씩 있었다. 그때 이미 상당히 큰 나무였..
2024-06-11
몇 년 전부터 금산 지역에서 건물의 2층에 세 든 업체가 나가면 그대로 비어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1층 가게가 나가도 비어 있는 곳이 많아지더니 이런 현상이 변두리 지역에서 중심가로 파급되는 현상도 목격하게 된다. 금산만 그런가 했더니 대전에서도..
2024-06-04
한해의 절반인 6월. 오늘도 '여린 손자의 탄생과 성장' '어느 청년의 아픈 시대적 사고' '일상 속에 녹아든 중년의 고된 노동' '주름 겹쳐지는 엄니들의 세상 살아냄' '정신 줄 놓은 집 나간 노인의 죽음'은 일어난다. 사람이 사는 것 다 그렇지만 저마다로 다르다는..
2024-05-21
2020년 11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다. 거의 사용하지 않던 페이스북 메신저로 알림이 왔다. 스팸이나 광고겠지 하면서 클릭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나의 동료이자, 친구인 프라밧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잠시 멍했고, 5분간 모니터를 쳐다보다 밖으로..
2024-05-07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이 5월 15일이다. 올해는 스승의 날과 같은 날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성취하는 바를 지향한다. 신성(神性)보다는 인성(人性)을 근본으로 자성(自性)을 깨친다는 점..
2024-04-23
요즘은 100세 인생을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반은 습관을 만드는 기간이고, 그 나머지 인생은 만들어진 습관에 의해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60에 가까운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여 2학년을 맞이했습니다. 인생의 삶의 길이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2024-04-16
가끔 눈 주위의 근육이 떨리는 현상을 경험할 때가 있다. 나만 그런가 했지만 진료 현장에서 '눈 주위가 자주 떨리는데, 혹시 중풍 같은 질병의 시초는 아닌가?' 하는 문의를 하는 분들을 자주 보았다. '대부분 과로한 경우 피로물질이 눈 주변의 근육에 모이면서 그런 증상..
2024-04-02
요즘 거리 곳곳엔 각 정당 입후보자들의 '나를 선택해 달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이제 벽보도 붙고, 투표안내문·선거공보 및 후보자 홍보물은 집집마다 배달되어 선택에 대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아침부터 아파트 입구에선 해당 지역구의 출마자(해당 선거구에 뼈를 묻을)나..
2024-03-26
주말에 선운사에 다녀왔다. 그 전 주말에는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는 소식과 함께 온통 붉게 물든 사진이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양산까지는 길이 멀어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불현듯 차라리 동백을 보러 가자 하고 서천의 마량진 동백정으로 길을 떠나 동백..
2024-03-19
우리나라 정반대에 위치한 남미 파라과이에서 한국 정부 현지 기관에 파견되어 일한 적이 있다. 주요 업무는 파라과이 수도 인근 도시에서 지역보건사업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보건소 환경 개선도 주요 사업 중의 하나라 해당 지역의 보건소들을 자주 방문했었다. 예상하다시피 저개..
2024-03-12
오늘 4월 10일은 총선거를 치른다. 4년마다 이번에는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그동안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기대는 번번이 어긋났다. 그렇다고 나라를 뜨거나, 다시는 투표 안 하겠다고 절연하는 내 또래의 일부와 달리 이번에도 투표할 것이고 더 나은 내일의 희..
2024-03-05
지난해 겨울. 오래된 집을 구입하여 리모델링을 하게되어 결혼한 큰아들집에서 며칠간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어요. 6살 손자, 5살 손녀와 함께 살게 되었던 것이지요. 손자 손녀는 사랑스럽습니다. 연년생의 남매는 다정하게 동생을 챙겨주고 또 동생은 오빠를 챙겨주는 모습은 너..
2024-02-27
서울에서 유턴해 금산에 소아과 의원을 개설한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화학적으로도 금산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되던 1999년부터 지역의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섯 분의 충남도지사를 만났다. 이 분들 중에 금산에 애정을 갖지 않은 분은 한 분도 없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
2024-02-20
지금, 필자의 책상위에는 여러 권의 책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흩어져 있다. 지난 연초부터 새 마음 다지기 차원에서 책상정리를 다짐했지만, 급한 일 처리와 소화가 덜 된 몇 권의 게으른 책 읽기 덕분(?)에 책상 위는 여전히 어지럽다. 해서 구정 연휴에 작심하고, 쌓여..
2024-02-13
우리집은 설을 쇠러 서울로 가는 역귀성을 하는 덕분에 교통지옥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더구나 항상 기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는 길도 그리 고생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시댁은 실향민이라 친척이 거의 없어서 사실 명절이라고 해도 형제들만 모이는 단촐한 분위기로 설 명절이..
2024-02-06
필자는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로도 활동했지만 상당 기간 동안 보건의료정책 만들고, 이행하는 분야에서 일해왔다. 이런 이유로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와 어려움을 동시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보건의료정책을 누가 만드는지..
2024-01-30
"유물을 환수하면 전시는 제대로 할 수 있나요, 그냥 수장고에 들어가서 공개도 잘 안 하는데 굳이 환수할 필요가 있나요?" 유물 소장자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묻고 있지만 따지는 뜻도 있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수많은 유물이 국외로 반출당했다. 약탈, 도굴, 도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