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복날과 개

[공감 톡] 복날과 개

  • 승인 2017-07-21 00:01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장마와 무더위로 지쳐 있을 때쯤 모처럼 학교동기모임이 있었다. 모임을 핑계로 몸보신이나 하자며 점심에 15000원짜리 샤브샤브 뷔페를 모임장소로 잡았다. 그런데 그날이 때마침 초복(初伏)이어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때맞춰 제대로 몸보신을 하게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복날 최고의 음식은 보신탕이지. 이런 거에 비길 게 아니야. 여름엔 보신탕 한 그릇 해야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임 인원 중 한 분이 여름 보양음식으로 보신탕이 최고라며 으뜸으로 꼽았다. 보신탕은 우리나라에선 개고기를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인다. 반려견을 많이 키우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음식이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몸보신용으로 즐겨 먹어왔다.

그런데 초복, 중복, 말복에 쓰이는 ‘복’이라는 글자를 보면 사람 앞에 개가 엎드리고 있는 형상의 글자로 ‘엎드릴 복(伏)’이라는 한자를 쓴다.

왜 엎드릴 복(伏)자를 쓰는 것일까?

최남선의 ‘조선상식’에 의하면 서기제복(暑氣制伏). 즉, 여름의 더운 기운을 제압하고 굴복 시킨다는 의미를 뜻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글자에도 개견(犬)자가 들어가듯이 가만히 살펴보면 복날은 개와 관련이 깊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안에 진나라 통사를 기록한 진본기(秦本記)를 보면 ‘처음 복날을 만드니 개로써 고(蠱)를 저어했다’라고 했다. 그것은 중국 진나라 진덕공 2년에 성(城) 4대문 안에서 인간을 괴롭히는 벌레들을 물리치기 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복날의 시초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서양에서도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를 ‘Dog days’라고 한단다. 이는 북반구의 한여름 큰 개 자리인 시리우스성이 태양에 근접하기 때문에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개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식과 월식은 하늘의 개(시리우스성)가 해와 달을 삼켰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식이 오면 어둠이 오고 재앙이 닥쳐 농사를 망치고 역병이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삼복 때 하늘의 개가 태양을 삼키는 일이 없도록 개를 잡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기를 먹는 풍습과 결합해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고기를 금기시 하는 이유도 있다. 단군시대에 단군을 도와 나라를 다스리던 오가(五加) 중에 구가(狗加)가 있다. 구가(狗加)는 개를 집안의 상징으로 삼았으며개는 한자로 견(犬)이라고도 하고 구(狗)라고도 한다. 개견(犬)의 大는 임금을 의미하고 犬자는 임금을 호위하는 짐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신성한 장소인 신전이나 조상을 모신 종묘에는 개가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 신사에는 ‘고려 개’란 뜻의 ’코마이누‘가 신사를 지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양 사람들은 신을 God라고 하는데 이 말은 개를 뜻하는 Dog을 거꾸로 한 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들이 시리우스 별에서 왔다고 여겼고 시리우스는 ‘큰 개자리’로 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먹을 것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을 때는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개고기만큼 좋은 음식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대에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함께해서 좋은 사람들과 그늘 있는 계곡에서 시원한 수박 한 덩이 쪼개 먹어도 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힘이 되지 않을까한다.

이번 휴가는 우리가족과 함께 호위무사인 반려견들을 데리고 옛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시원한 물에 발이나 담그러 계곡 근처 펫팬션을 찾아 삼복더위를 물리쳐야겠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빵투어 새 거점 '트래블라운지' 개관
  2. 천안시, '빵빵데이' 참가 빵집 53곳 집중 위생점검 완료
  3. 대전·세종·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 충남은 하락
  4. 나사렛대, 'AX대학혁신본부' 신설… AI 기반 대학 혁신 본격화
  5. 류지현 한화이글스 감독 "2027년 시즌은 내일부터 시작"
  1. 천안시, '어디까지 가봤니?'…관광코스 발굴 공모전 개최
  2. 세종시 전동면 '시니어 모델'… 궁중한복 입고 무대 오른다
  3. 단국대병원, 주한미군 제65 의무여단장 방문
  4. 세종시 '주민생계조합 20년'의 궤적… 행정수도 완성 이끈다
  5.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헤드라인 뉴스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박선규)은 전국 730만 동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여러 기관에 흩어진 건물 관련 행정데이터를 건물 단위로 연결하는 국가 규모의 데이터 연계 체계인 '데이터넷(DataNet)'을 구축했다. 데이터넷은 건축물대장을 기준 데이터로 활용해 서로 다른 정부·공공기관의 건물 관련 행정데이터를 연계하는 것으로, 정밀진단이 필요한 건물을 우선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기반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건설연 건축에너지연구본부 연구팀(팀장 김덕우)은 건축물대장을 기준 데이터로 삼아 건물 에너지사용량, 기상, 상권·상가, 업종인허..

‘200년 발효의 맛과 가을의 낭만’… 제30회 강경젓갈축제 화려한 개막
‘200년 발효의 맛과 가을의 낭만’… 제30회 강경젓갈축제 화려한 개막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 발효식품의 대향연, ‘강경젓갈축제’가 올해로 뜻깊은 30주년을 맞아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논산시는 지난 15일 강경포구 일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7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오후 6시 열린 공식 개막행사에서는 지역 발전과 나눔 실천에 앞장서 온 한순이 씨에게 ‘논산시민대상’이 수여되며 의미를 더했다. 이어진 상징 퍼포먼스에서는 주요 내빈과 방문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경 젓갈로 김치를 담그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현장 참가자들은 감칠맛 나는 젓갈과 달콤한 상월고구마가 어우러..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의 다채로운 빵과 문화, 즐길 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대전 빵 축제'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엑스포과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시민과 함께하는 15m 규모의 대형 롤케이크 커팅 퍼포먼스와 축하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축제의 중심인 '빵 정거장'은 5개 구역(A~E)으로 나눠 운영되며, 방문객들은 참여 빵집의 대표 메뉴를 매장 판매가격보다 5%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