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제인 구달이 우리에게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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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제인 구달이 우리에게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5-10-13 11:03
  • 신문게재 2025-10-1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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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교수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인 10월 1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이 91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야생동물과 인간, 자연과 환경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듣기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 일 년에 300여 일을 길에서 보냈던 그녀가 강연 여행 도중 평화롭게 삶을 마감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만 제인 구달의 20대에는 무명의 철부지 여성이 야생 침팬지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성장한 소설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아프리카 생활에 대한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던 구달은 스물세 살이 되었을 때 고등학교 친구였던 플로의 편지를 받고 케냐로 무작정 떠났다. 이곳에서 인류 진화를 연구하는 저명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의 비서로 운 좋게 채용됐다. 동물을 사랑하면서 이론으로 머리가 가득 차지 않은 사람을 원했던 리키의 추천을 받아 스물여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탄자니아 곰비 야생동물 보호 구역에 거주하면서 야생 침팬지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구달의 연구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에 대해 새롭고 놀라운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그녀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부른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도구로 만들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장면을 관찰하고 보고함으로써 인류만이 도구를 제작, 사용하였다는 기왕의 견해를 흔들었다. 그녀가 플로, 플린트 등으로 명명한 침팬지들이 각각 독특한 개성과 감정,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풍부하고 정확한 근거리 관찰을 통해 밝혀졌다. 대학에서 공부한 적도 없고 학사 학위도 없던 구달은 야생 침팬지의 행위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여 196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혁신적 연구 방법과 새로운 성과로 가득한 구달의 야생 침팬지 연구는 그녀에게 학문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또한 침팬지와 함께 찍힌 젊은 그녀의 사진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필름 시리즈 등의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과학자가 됐다.

하지만 구달은 야생 침팬지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명성과 위상을 활용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공감과 사랑의 메시지와 환경 보호 운동으로 그녀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였다. 1977년에는 야생동물의 연구, 교육, 보호를 위한 비영리 조직인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여 영장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적절한 대우와 이해의 증진, 서식지의 보호와 복원, 청소년의 환경 교육과 보존의 적극적 참여 등을 도모했다.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의 병든 지구 앞에서 제인 구달은 특히 젊은 세대의 야생동물 보호 및 환경 보존 활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환경 운동모임으로써 '뿌리와 새싹'이라는 프로그램을 1991년 시작하였다. 청소년이 동물과 이웃, 환경을 위해 직접 생각하고 실천하는 이 소규모 환경운동 모임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생명다양성재단이 운영, 지원하고 있다.

제인 구달이 동물행동학자인 베코프와 쓴 저서의 내용에 생명 사랑 십계명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동물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이고, 아홉 번째는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돕자'이다. 우리 모두 구달이 강조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직접 실천할 수 있다. 청소년이라면 구달이 시작한 '뿌리와 새싹'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아니면 대전환경운동연합이나 녹색연합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거나 후원할 수 있다. 최소한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재활용을 실천하거나 에너지 절약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도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하여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지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전하는데 우리 모두 '뿌리와 새싹'의 하나가 될 수 있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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