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졸업 시즌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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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졸업 시즌의 단상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6-02-24 14:48
  • 신문게재 2026-02-2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벌써' 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없다는 시구가 생각나는 2월의 마지막 주, 졸업, 입학 시즌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달리 졸업식 풍경이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전·현직 대통령의 대비가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2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KAIST 졸업식에서 "정부를 믿고 마음껏 도전해 달라" 당부하며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훈훈한 장면이었다. 불과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도 똑같이 "실패를 두려워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역설했다. 이쯤에서 잠깐… 두 사람의 면학 과정에서는 소년공과 교수 아들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대학교육을 받았고,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 2년 전 윤 전 대통령이 도전을 외치던 바로 그 순간,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졸업생은 입이 틀어 막힌 채 경호원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조용히 끌려나갔다. 같은 날, 같은 무대, '도전'이라는 같은 단어였지만, 전혀 달랐다. 그 전날인 2월 19일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주도 혐의로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아무리 교육이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지만, 이 두 사람 앞에서는 그 말이 새삼 묵직하게 되묻게 된다. 그 학교들은 과연 무엇을 길러낸 것인가?

우리는 졸업한 학교를 '모교(母校)'라 부른다. 직역하자면 '자양을 주는 어머니', 지식과 덕성으로 영혼과 지성에 먹이를 주는 곳이라는 의미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문명을 관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길러야 하는가?

오늘날 교육 담론의 중심에는 늘 '역량(competency)'이라는 말이 자리한다. 문제해결력, 창의성, 소통능력, 디지털 리터러시 등등 그 목록은 해마다 많아진다. 그런데 이 역량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취업'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있다. 좋은 직장, 안정된 수입, 사회적 성공, 등이 암묵적으로 교육의 최종 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경제적 성공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길러내야 하는 것이 오직 그것뿐이라면, 졸업장은 취직 허가증에 불과하고 학교는 직업 훈련소로 전락한다. 듀이(John Dewey)는 교육을 '삶 그 자체'라고 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 민주적 삶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마음, 부당한 것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 등 이런 것들이야말로 Alma Mater가 자양분으로 길러내야 할 덕목이다. KAIST 졸업식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그 졸업생이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떤 교육을 받았든, 그는 불합리한 현실 앞에서 시민으로서 반응했다. 또 그런 목소리를 어떻게 대하느냐 것이야말로 그 사회의 교육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그런데 여기서 불편한 물음을 하나 더 던져야 한다. 어머니가 모두 같은 어머니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 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흔히 신사임당을 떠올린다. 학문과 예술로 자신을 갈고 닦으며 율곡 이이를 정성으로 빚어낸 어머니의 전형이다. 역사에는 정반대의 어머니도 있다. 로마 황제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는 아들을 권좌에 앉히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그렇게 길러진 아들은 폭군이 되었다. 독을 먹이는 어머니였던 셈이다.

학교도 다르지 않다. '모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모든 학교가 건강한 어머니인 것은 아니다. 경쟁과 서열만을 가르치고, 복종과 침묵을 미덕으로 주입하며, 스펙 쌓기를 인생의 목적으로 훈련시키는 학교는 졸업생에게 자양분이 아니라 독소를 먹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안정된 직장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사회 안에 서는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모교가, Alma Mater가 길러내야 하는 것은 그 삶을 살아갈 인간을 비판하고, 연대하고, 책임지는 인간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세상의 기술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이 졸업 시즌, 우리의 모교가 그런 어머니이기를 바란다. 필자도 무섭다. 아그리피나가 되는 건 아닐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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