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12] 멈춰선 찬란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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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12] 멈춰선 찬란한 날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4-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제의 겨울바람 저 멀리 떠나가고

추억의 숲길 따라 오색 꽃 빛 넘쳐나니

황홀한 손사래 치며 뜨거운 임 오시네



나의 임 면사포가 온 산천을 뒤덮으니

꽃구름 넘친 세상 생시인가 꿈인가

오! 그대 곁에 있으니 천상 낙원 한가지요



외롭고 고달픈 날 마주 보고 살아온 임

이 봄날! 이 순간! 슬픔 없는 삶의 축복

찬연히 넘실거리는 세상의 강 건너가요.



더불어 꿈꾸는 밤 영원으로 눈을 뜨고

영롱한 봄의 가슴 옷고름 겹겹 풀고

오늘에 멈추어 서서 주야장천 노래하리.



<시작 노트>

온 세상에 봄꽃이 만발했다. 아내와 함께 사정공원에 산책을 나갔는데 꽃비가 와서 마음을 흠뻑 적신다. 우산도 없이 꽃비를 맞으며 이 순간에 가장 선한 표정으로 지그시 걸어간다. 손도 잡아주면서 평생 가난하게 비워두었던 사랑의 공간을 넘치게 채우라고 염치없는 말을 건넨다. 이 순간이 진정으로 멈춰서는 것이다. 어제는 없고 내일도 아직은 없다. 그러나 어제도 이 순간이고 내일도 모레도 이 순간에 있다. 50년전 아내의 면사포로 저 꽃나무들을 다 덮어준다. 그리고 내일 꿈꾸는 바람길로 날려간다. 모두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찰나는 영원이고 영원은 찰나이다. 휘어져 흐르는 길로 눈길은 날아간다. 마음을 싣고 날아간다. 똑같이 느끼는 두 마음이 하나이다.

오늘에 멈추어 노래를 부른다. 주야장천 노래를 부른다. 함께 이 순간 따뜻한 손을 잡고 봄꽃 흐드러지게 핀 여기 서있는 축복을 마음껏 느끼고 우리의 추억과 꿈의 모든 공간을 채우자.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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