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개인의 헌신에 기댄 체육계, 제도가 그 짐을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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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개인의 헌신에 기댄 체육계, 제도가 그 짐을 나눠야

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 승인 2026-04-15 11:16
  • 신문게재 2026-04-1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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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가장 밀접하게 숨 쉬는 체육에 대해 이제는 사회적 시각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려야 할 때다.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공식이 있다. '체육은 곧 시민의 건강'이며 이는 국가와 지자체의 막대한 보건, 복지 예산과 직결되는 거대한 파이라는 점이다. 골프와 수영부터 파크골프, 국학기공, 족구, 게이트볼 등 전 세대가 폭넓게 즐기는 체육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선다. 훌륭한 공공 체육 인프라가 제공되고 규칙적인 체육활동이 활성화된 곳일수록 어르신들의 병원 방문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즉, 체육 예산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최고의 노인 복지이자 가장 확실한 예방 의학 투자다.

따라서 체육회는 국가와 지자체가 튼튼하게 책임져야 할 명백한 공공 인프라다. 지자체 역시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시민들의 폭발적으로 높아진 체육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아쉬운 실정이다. 그간 턱없이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체육회에 꼭 필요한 핵심 사업들이 멈추지 않았던 것은 회장의 헌신적인 사재 출연과 개인적 역량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이는 온전히 박수받아 마땅한 위대한 희생이다.

하지만, 체육이라는 공공 인프라의 미래를 언제까지나 개인의 선의와 재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대단히 위험하고 취약한 구조다. 수억 원의 사재를 쾌척하는 헌신적인 회장이 취임했던 모 광역체육회의 사례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얄궂은 정치적 지형 속에서 수십억 원의 본예산이 삭감되며 체육회 운영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개인의 재력에 기대는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인지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또 다른 광역체육회는 지자체와의 갈등 속에서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 지자체가 체육회 운영에 메스를 들이대며 핵심 소관 업무와 예산을 통째로 회수해 직접 집행해 버리는 등 아예 체육회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선을 중앙으로 돌려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더욱 명확해진다. 광역체육회의 확장형 구조라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와 중앙 정부의 관계를 살펴보자. 중앙 정부의 체육 예산은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해마다 꾸준히 증액되며 그 규모를 키워왔다. 체육이 진영 논리를 초월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최우선 국가 과제이자 필수 공공재라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방 행정 역시 이러한 국가적 흐름에 발맞춰 한 걸음 더 도약할 때다. 지자체장의 상황에 따라 예산이 변동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변함없는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단단한 제도적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소모적인 고민을 하기보다는 체육계에 배정된 절대적인 예산 파이 자체를 키우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 인프라의 외주화를 끝내고 안정성을 확보할 해답은 이미 강원특별자치도가 보여주었다. 2022년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도지사가 체육회 지원 예산을 '전전년도 도세 수입 결산액의 2% 이내'로 편성하도록 명시했다. 만약 이 혁신적인 '강원도 2% 모델'을 우리 지역에도 전면 도입한다면 매년 든든하고 안정적인 체육 예산이 보장된다. 이는 인천시 체육회의 '체육교부금' 건의 등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안정적인 2% 예산이 확보된다면 앞서 강조한 생활체육을 통한 보건, 복지 실현은 물론 전문체육의 내실화, 일선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 그리고 학교체육까지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민선 시대 출범으로 체육의 정치적 중립은 이미 법으로 지켜야 하는 만큼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체육 환경이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정치의 효능감이다. 정치가 체육을 믿고 든든한 마중물을 내어준다면 체육계는 시민 복지를 지키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반드시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 낼 것이다. 이제는 튼튼한 제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시민을 위한 체육의 백년대계를 완성해 나가야 할 때다./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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