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의 도시행복학] 34. 성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일 중독자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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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의 도시행복학] 34. 성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일 중독자가 행복할까?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 승인 2026-05-06 10: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신천식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세계사에 유례없는 한국의 고속 성장 신화는 잘살아보자는 국민적 염원을 뒷받침하는 무제한의 노동착취 덕분이라는 역설이 따릅니다. 한 병철 교수는 그의 저서 '피로 사회'에서 현대인은 외부의 억압이 아닌 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 주체'가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이라는 개발연대의 거부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 인간을 소진시키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성과 우선주의는 행복의 진정한 근원인 인간관계와 인간다운 삶조차 외면하게 합니다. 일 지상주의는 평생 내 편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가족으로부터 고립시키고, 묵은 친구의 무관심으로 좌절케 합니다. 소중한 것으로부터의 고립과 외면은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살았고, 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강력하게 제기합니다.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며 성실했던 삶이 끔찍한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절망하는 평범한 주인공의 일대기입니다. 이반 일리치(Ivana llicha)는 평생 올바른 일만 했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반려자와의 결혼, 평생 무난하였으나 죽음을 앞두고 심각한 심리적 공황에 빠집니다. 심리학자 어빈 얄롬(Irvin Yalom)이 실존적 공포에 빠진다고 주장하는 '진정한 자신인 진짜로 살지 않고 익명의 타인으로 살아왔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반은 자신의 욕구는 뒤로 미루고 평생 타인의 기대와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맞춰 살았습니다. 스스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나중으로 미뤄온 사람이라면 이반의 공포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나중에 하면 돼'라며 미룬 일들이 그 나중이 절대 오지 않는다는 걸 마침내 알게 됩니다. 하이데거(Heidegger)는 죽음에 직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실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성공한 삶이 진짜 나만의 진정한 삶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가 원하는 모범 답안 속의 가짜 일생이었다는 깨달음과 허망함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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