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한균 할아버지의 6·25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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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한균 할아버지의 6·25를 기억하며

양정훈/작가, '호국영웅들의 이야기' 저자

  • 승인 2026-06-07 16:3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양정훈 함께
6·25참전유공자회 세종시지부 부지부장인 윤한균 할아버지와 필자인 양정훈 작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양정훈 작가 제공
2025년 11월, 필자는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세종시지부 부지부장이신 윤한균 할아버지의 자택을 방문했다. 집필한 저서를 선물로 드리며 숭고한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께선 방문 소식을 미리 알고 작은 다과상을 준비해 두셨으며,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당신의 삶을 들려주셨다. 그 중에서도 6·25전쟁 당시의 기억은 더욱 또렷하게 이어졌다.

윤한균 할아버지는 4형제였다. 위로 첫째 형과 둘째 형이 있었고, 아래로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조치원에서 학교를 다니던 4형제는 6·25전쟁이 터진 이후 부모님의 뜻에 따라 피난길에 올랐다. 대구까지 내려온 형제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일용직 노무자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길가에서 쉬고 있던 형제들은 청년방위대원들에게 가두징집되어 군으로 끌려갔다. 간단한 신체검사 이후 첫째 형과 둘째 형, 쌍둥이 동생은 그 자리에서 국군으로 징집되었고, 윤한균 할아버지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그것이 형제들과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이후 할아버지는 카투사 자원으로 미 7사단 32연대 3대대에 예속되어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진 작전에 투입되었고, 장진호 전투에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셨다. 그렇게 여러 전투를 거쳐 휴전 이후 1955년에 전역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형제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첫째 형은 왜관에서 전사했고, 둘째 형은 복무 중 병으로 순직했으며, 쌍둥이 동생은 진부령에서 실종되었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할아버지는 멈추었던 학업을 다시 이어가 교사의 길을 걸었고,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였다. 이후 6·25참전유공자회 충남도지부장을 맡아 보훈 활동에 헌신하는 한편, 첫째 형의 유해를 찾기 위해 칠곡군지회장과 함께 여러 차례 전투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셨다. 그러나 끝내 형제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하였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세 형제의 이름 석 자조차 국립묘지 위패봉안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는 내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4형제 중 막내 라이언을 구하기 위해 특공대가 투입되었던 영화와 달리, 할아버지의 삶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무겁고, 더 깊은 현실이었다.

이 이야기는 한 가족만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이름 모를 산하에 스러져 간 수많은 영웅들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오늘도 전국의 격전지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발굴을 넘어, 마지막 한 명의 전우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우리 곁에는 돌아오지 못한 영웅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윤한균 할아버지처럼 지금도 우리 이웃으로 살아 계신 6·25 참전용사분들 또한 이 나라를 지켜낸 살아 있는 영웅이시다. 조치원에서 학교를 다니며 함께 자란 4형제 중 셋이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대전·세종을 비롯한 충청의 이웃들이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필자 역시 이와 같은 사연들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들의 이름이 끝내 돌아오지 않는 한, 우리의 기억 또한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양정훈/작가, '호국영웅들의 이야기' 저자

양정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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