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해협의 로맨티시즘' 시를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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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해협의 로맨티시즘' 시를 음미하며

  • 승인 2026-07-20 17: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봄 저자 이형권 교수의 임화 평전《이상한 운명》을 읽고 한동안 먹먹했었다. 아니, 묵직한 무엇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마음이 무거웠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분단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문학과 정치, 사상을 넘나든 인물 임화의 삶을 평전 형식으로 쓴 교양서다._(알라딘)

임화는 시인, 비평가, 영화배우, 출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진보적 문학을 이끈 특히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에 맞선 실천적 지식인으로 기억된다. 나는 한때 시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다. 그즈음 임화 시선『해협의 로맨티시즘』 구입, 마음이 드라이해질 때면 그 시집을 꺼내 한두 편씩 읽곤 했다.

문득 임화도 시가 일종의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그 때문이었다. 그의 여동생 순이를 생각하며 쓴 시「네거리의 순이」(1929), 생각이 난다.

(중략)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너와 나는 지나간 꽃 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눈물 나는 가난 속에서 여의었지!/그리하여 너는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오빠는 가냘픈 너를 근심하는,(중략)

나는 이 시를 좋아해서 자주 읽었다. 나의 어머니도 영면에 드신 지 벌써 10년. 그런데도 나는 어린아이처럼 어머니가 어딘가 계실 것만 같아 빈방을 열어보곤 한다. 내가 가끔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주무시다 말고 나오셔서 과일을 갖다주시던 나의 어머니, 임화 시인도 그 어머니가 무척 그리웠을 것이다.

임화 시선 『해협의 로맨티시즘』(2015)을 읽으면서도 뭔가 더 읽고 싶은데, 그에 관한 서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늘 먹어도 배고픈 사람처럼 나는 서점을 서성거리곤 했는데 뜻밖에도 저자 이형권 교수의 임화 평전《이상한 운명》을 읽을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우리 역사 속의 한 사람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임화 평전《이상한 운명》은 임화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1908년 10월 13일, 서울은 을씨년스러웠다, 아기 임화가 태어나던 그날, 첫울음의 장소인 종로, 그곳은 임화의 문학과 사상이 싹튼, 삶의 원적지이자 진보적 변화의 매개 장소였다.

그 하늘에 울려 퍼진 아기 임화의 첫울음은 칠흑 같은 어둠의 시대에 일평생 별빛을 찾아 떠도는 이상한 운명의 주인공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p28) 임화 시「해협의 로맨티시즘」 한편이 떠오른다.

(중략) 훤히 트이는 수평선은 희망처럼 넓구나!/오오! 점점이 널린 검은 그림자,/그것은 벌써 나의 섬들인가? /물새들이 놀라 흩어지고 물결이 높다. /해협의 한낮은 꿈같이 허물어졌다.//몽롱한 연기,/희고 빛나는 은빛 날개,/우레 같은 음향,/바다의 왕자가 호랑이처럼 다가오는 그 앞을,/기웃거리며 지나는 흰 배는 정말 토끼 같다.(중략)-임화 시선『해협의 로맨티시즘』중에서

역사 속의 인물 임화에 관한 장장 538쪽의 임화 평전을 읽고 나니, 미루던 숙제를 마친 듯했다. 후련하면서도 그러나 뭔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저자 이형권 교수는 본문 끝 무렵, '문학 안의 혁명, 문학 밖의 혁명' 소제목으로 임화에 관해 좀 더 상세히 설명한다.

아무래도 나는 이번 여름 좀 더 깊이있게 임화 평전《이상한 운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교수님께 감사드리면서.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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