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액션, 혐오, 희망 -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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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액션, 혐오, 희망 - '호프'

  • 승인 2026-07-22 16:54
  • 신문게재 2026-07-23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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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 포스터.
이 영화는 공간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마을, 숲, 그리고 길입니다. 이들 공간이 시퀀스 구성의 핵을 이룹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세 공간에서 빼어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마을은 건물들이 촘촘하고, 중간중간 길이 있고, 거대하고 빠른 속도의 외계인 괴물과 맞서는 사람들은 차량과 총을 갖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육체성의 괴물과 차를 탄 사람들의 총격 액션이 숨 막히게 이어집니다. 카메라 무빙과 빠른 편집이 대단히 정교하고 치밀합니다. 괴물의 정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건물들과 그 안의 부속 장치들이 장애물 역할을 합니다. 어디 숨었는지 모르는 정체 미상의 적과 맞서야 하는 인물들의 공포와 긴장이 화면 가득 넘쳐납니다.

숲은 마을과 다릅니다. 마을이 수평적 공간이라면 숲은 수직적 공간입니다. 위험 요소인 외계인의 공격 역시 인물들 한참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위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말을 타고 달립니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말이 달리고 외계인들 역시 그들의 기지가 침범당하고, 중요한 존재가 실종된 것이 전의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외계인들에 대한 공격보다는 숲에서의 탈출이 중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카메라 무빙은 상하 이동이 주를 이루고 말을 달리는 장면에서의 빠른 추적 촬영도 쾌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도로. 강원도 산간인지라 이렇다 할 차량 이동이 거의 없고 오로지 외계인의 추격과 범석 일행의 차량만이 있습니다. 필사적인 도주와 총격 액션이 이어집니다. 같은 수평적 액션이지만 마을이 폐쇄적인 데 비해 도로는 대단히 개방적입니다. 숨을 곳 없는 열린 공간에서의 속도감은 더욱 처절합니다. 말을 타고 도망치던 '성기'가 범석이 탄 차로 올라타려는 장면에서의 아슬아슬함이 긴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단한 액션 끝에 승리했다거나 성취해 냈다는 보람과 만족이 없습니다. 역으로 도대체 왜 이렇게 흥분했으며, 왜 미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쫓아다니거나 총질을 한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그것은 외계인이 괴물이거나 적이 아닌 데서 비롯됩니다. 영화 속 외계인은 먼저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공격한 것은 마을 사람이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어리석고 대단치 않은 존재들로 묘사합니다. 그중에서도 처음 외계인을 공격한 양배는 가장 미심쩍고 문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범석을 위시한 경찰도, 자경단 비슷한 청년들도 그렇습니다. 사태 판단도 미숙한데 소리나 지르고 욕설로 일관하여 교양과 덕성이라고는 도무지 찾기 어렵습니다.

영화 속 외계인을 비유적으로 이해하자면 외국인일 수도 있고, 타지인일 수도 있습니다. 직업이나 계층, 성별 등이 다른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소통과 이해의 과정이나 노력이 없이 즉각적으로 혐오하고 차별하고, 공격한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 <컨택트>(1997)를 생각합니다. 외계로부터 온 존재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실상 이 영화 속 외계인들은 인간들을 향해 계속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이해되고 수용되지 않는 언어는 소음처럼 공기 중에 의미 없이 흩어지고 맙니다. <호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외계인의 눈에서 눈물을 발견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범석입니다. 그 순간 속도감 있고 숨 막히게 이어지던 액션이 정지된 것처럼 멈춰 섭니다. 폭력적 액션 속의 이 작은 균열이야말로 소통과 이해의 희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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