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호에 쫓기는 노인들…전통시장 횡단보도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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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호에 쫓기는 노인들…전통시장 횡단보도 ‘아슬아슬’

  • 승인 2026-09-02 17:23
  • 신문게재 2026-09-03 6면
  • 이혜린 기자이혜린 기자

대전 전통시장 인근 횡단보도 신호가 고령자의 보행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보행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전시는 보행자를 감지해 신호 시간을 자동으로 늘리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나, 설치 규모가 작아 교통약자 밀집 지역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고령 보행자의 통행량과 사고 위험을 고려한 안전 시설의 단계적 확대와 실효성 있는 운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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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전 중앙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한 노인이 보행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뒤에도 횡단을 마치지 못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이혜린 기자)
2일 대전 동구 중앙시장 앞 횡단보도.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한 노인이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맞은편 인도까지 거리는 약 24m. 현장에서 초시계로 측정한 보행신호 시간은 약 36초였다. 절반가량 건넜을 때 신호등에 표시된 잔여시간은 10초 아래로 줄어 있었다.

숫자를 확인한 노인은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가까스로 맞은편 인도에 올라섰다. 주변에서도 줄어드는 숫자를 확인한 뒤 종종걸음을 걷거나 급하게 뛰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리어카를 끌던 일부 노인은 보행신호가 끝날 때까지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했고, 차량 신호가 바뀌면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해 아슬아슬한 모습도 이어졌다.

전통시장 주변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고령자 등 교통약자의 실제 보행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주변에는 약국과 병원, 버스정류장 등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 밀집해 보행량이 많은 데다 장을 본 뒤 무거운 짐을 들거나 리어카,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해 이동하는 노인도 많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경우 일반 성인보다 보행속도가 느린 데다 짐이나 보행보조기구까지 이용할 경우 횡단에 필요한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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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전 중앙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리어카를 끌고 장바구니를 든 채 길을 건너고 있다.(사진=이혜린 기자)
문제는 단순히 해당 횡단보도의 신호시간이 '짧다'는 데 있지 않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신호시간이 운영되고 있더라도 고령 보행자가 집중되는 전통시장과 같은 구역에서는 실제 이용자의 보행속도와 주변 교통환경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호가 끝나기 전에 횡단을 마치려는 노인이 무리하게 뛰면 넘어질 수 있고 보행신호가 끝난 뒤에도 도로에 남으면 차량과 충돌할 위험도 커진다.

대전시와 경찰은 고령 보행자가 많거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구역을 중심으로 보행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횡단 중인 보행자를 감지해 보행시간을 늘리는 '보행신호 자동연장시스템'은 올해 1곳에만 설치될 예정이어서 전통시장 등 교통약자 밀집지역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행신호 자동연장시스템은 AI 카메라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정해진 시간 안에 횡단을 마치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경우 보행신호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방식이다. 보행속도가 느린 고령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필요한 횡단시간을 추가로 확보해주는 장치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적색신호 잔여시간 표시장치'를 9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고령 보행자의 통행량과 사고 위험, 실제 횡단에 걸리는 시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설치 시설의 효과를 분석해 교통약자를 위한 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전시 교통관리센터 관계자는 "고령 보행자가 많고 사고 위험이 높은 구역을 우선순위로 두고 대상지 1곳을 선정했고 보행신호 자동연장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예산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향후 현장 조사와 운영 효과 등을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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