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오디세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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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오디세이'를 보면서

  • 승인 2026-08-30 17:00
  • 신문게재 2026-08-31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정치행정부 이상문 기자
약 2800년 전 호메로스가 노래한 '오디세이(Odyssey)'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부활해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유혹과 괴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헤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간의 표류와 귀향의 서사시다. 놀란의 '오디세이(Odyssey)'는 원작과 다르다. 전통적으로 트로이 목마는 오디세우스의 가장 위대한 전략이자 승리를 이끈 기지로 묘사되지만, 놀란의 영화는 이를 화해의 선물로 위장한 대규모 기만과 학살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원작이 모험담이라면, 영화는 자신의 죄를 깨닫는 여정이다.

'오디세이'중심에는 제우스의 법이 있다. '크세니아'(Xenia)라고 알려진 이방인과 그를 맞이하는 주인에 대한 규율이다. 지난 시대를 떠받쳐온 질서는 그리스 번영의 상징이다. 지중해 무역으로 번영한 그리스 국가들에 외지와의 교류는 문명의 근간이었다. 그 근저엔 나와 다른 이를 기꺼이 맞아들이는 신뢰가 자리한다. 내가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하는 것, 나그네를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 신뢰의 초석이다. 그 철칙을 통해 한 세계가 문화를 꽃피웠고, 오디세우스는 그 시대의 붕괴를 우려한다. 영화 속 비극은 이런 규칙들이 깨지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영화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약속의 파기'와 '신뢰의 붕괴'가 가져오는 혼란은 오늘날 세계 현장에서도 반복된다.

민선9기 대전시가 출범한지 어느덧 두 달여가 됐다.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내건 민선 9기 대전시는 새 시정 비전 실현을 위한 조직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 보다는 우려감이 더 크다. 민선 9기 대전시는 '위기'를 선언했다. 2025년 말 기준 지방채는 2022년 대비 5800억 원 늘었고, 올해 부족 예산은 5482억 원이다. 내년부터는 연평균 부족액이 약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여기에 도시철도2호선 트램 사업 개통 지연과 3칸 굴절버스 사업 중단 등 많은 사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위기가 미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위기'를 선언했으면, 돌파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빠르게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시민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부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민선 9기 대전시는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실천하기 위해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규칙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직 운영도 비슷하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거센파도를 넘지 못한다면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없다. 명분과 신뢰 없는 인사는 혼란을 해결할 수가 없다. 민선 9기 대전시는 크세니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트로이 목마라는 기지를 발휘하면 안된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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