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29] 신비한 하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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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29] 신비한 하늘 시집

  • 승인 2026-09-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사의 ‘루나 코덱스’ 프로젝트를 통해 박헌오 등 한국 시조 시인 8인의 작품이 타임캡슐에 담겨 달 표면의 ‘위난의 바다’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한국 고유의 전통 문학인 시조가 세계 140개국의 예술작품과 함께 선정되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우주에 영구 보존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특히 수록작 중 박헌오 시인의 작품은 달의 변화를 창작의 순환 과정으로 형상화하여 자연과 우주의 리듬을 시조 특유의 절제미로 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시조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해 박헌오를 포함한 우리나라 시조 시인 8인의 작품이 달나라로 올라가 타임캡슐로 머무는 역사적인 일이 있었다. 그 작품을 평론가 김태균의 평과 함께 올린다.

미국에서 2025년 1월 15일 달나라로 띄워 올린 세 번째 달 탐사선 에어로스 페이스의 「푸른 유령(Blue Ghost)에 인류의 예술작품을 140개국 3만여 점을 실어서 발사하여 약 45일간 궤도조정을 한 후 3월 2일 달나라의 앞면 북동부에 있는 「위난의 바다(Mare Crissum」에 정상적으로 안착하여 탐지활동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Lunal Codex'프로젝트에 따라 세계 각국의 자국어로 쓴 작품을 공모하여 번역본으로 심사한 후 155편의 시를 니켈판에 작품을 새겨서 타임캡슐로 제작하여 보내진 것인데 한국 고유의 시조 8인의 작품 8편이 포함된 것이다. 이 사업에는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보급하는데 앞장서시는 세종문화회의 Lucy Park 교수가 응모한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뒤 제출하였고 이를 심사하여 8편이 선정되었다. 인류 최초로 달나라에 보내진 시조 작품은 구충회 시인의 「달에게」, 김달호 시인의 「운석의 꿈」, 김흥열 시인의 「은하」, 박헌오 시인의 「신비한 하늘 시집」, 이광녕 시인의 「해를 안고 오다」, 채현병 시인의 「칠월 칠석」, 최은희 시인의 「월광 소나타」 등 이다. 각 나라의 고유한 시(詩)를 선정하였으니 한국은 전통 시조가 대상이 된 것이다. 블루 고스트는 달 표면에 착륙시킨 역사상 두 번째 우주선이며 달 표면에서 3월 16일 오후 4시 15분께까지 완전히 목표를 100%로 완수하는데 성공한 첫 번째 위성이 되고 임무를 마감했다. 박헌오의 시조는 다음과 같다.



손톱만 한 책, 우주의 시를 쓰다 : 박헌오 「신비한 하늘 시집」



1.

하늘이 들고 나온 손톱만한 노란 시집

책장을 넘길 때마다 떨어지는 은행잎

연못에 떠돌다 만나 시어(詩)들은 짝짓는다



2.

밤마다 불어나는 책 무거워져 걱정인데

보름날 만삭됐다, 덜어내어 지운 그믐

이듬달 손톱만한 새 책 들고 나와 떠간다

-박헌오 「신비한 하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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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신비한 하늘 시집」은 창작의 과정과 순환을 자연과 우주의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읽힌다. 시조의 중심 소재는 '달의 변화'로, 이는 자연적 생명력과 창작의 원천을 암시한다. 특히 이 시조는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과 은행잎, 연못 등의 자연적 이미지를 결합해 창작의 시작과 완성,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순환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초승달을 연상시키는 손톱만 한 시집에서 시작해, 보름달의 만삭과 그믐의 정화 과정을 거쳐 다시 초승달처럼 새롭게 태어나는 창작물을 묘사하는 이 작품은 창작의 고뇌와 기쁨을 자연과 우주의 리듬 속에 위치시키며 독특한 미적 감각을 드러낸다.

하늘에서 들고 나온 "손톱만 한 노란 시집"은 창작의 미약한 시작을 상징한다. 달이 차오르듯 책장을 넘길 때마다 떨어지는 은행잎은 자연의 순환과 창작 과정의 생명력을 은유한다. 특히 "연못에 떠돌다 만나는 시어들의 짝짓기"는 달빛 아래 연못에서 펼쳐지는 생명적 교감의 순간을 상징하며, 시어가 완성되는 순간의 창작적 역동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밤마다 불어나는 책"은 창작의 고통과 성취를 담은 이미지로, 달이 보름에 이르러 만삭이 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이는 창작이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함을 상징하며, 이어지는 "덜어내어 지운 그믐"은 달이 기울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정화와 비움을 나타낸다. 이듬달 새롭게 태어난 "손톱만 한 새 책"은 창작이 끝없이 반복되는 순환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박헌오는 자연과 우주의 리듬을 통해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며, 이를 상징과 은유로 구체화한다. 자연적 이미지는 창작의 고뇌와 기쁨을 초월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인간과 자연이 창작이라는 행위 속에서 하나로 결합됨을 강렬히 암시한다. 작품은 상징의 밀도와 이미지의 정교함으로 독자에게 창작의 숭고한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 평설 :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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