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공감하는 사회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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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공감하는 사회를 바라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6-09-08 17:32
  • 신문게재 2026-09-09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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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장
매일 매일의 뉴스를 채우는 다양한 일들이 우리의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뉴스를 채우는 이야기 하나 하나를 담아 두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것은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은 일들도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내 감정의 바구니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일일이 담아 놓고 살면 아마도 속된 말로 제 명에 죽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일에 무관심하다기보다 조금 긴 호흡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계속 뉴스에 반복되는 전쟁 이야기나 엄청난 재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이건 긴 호흡으로 무덤덤하게 지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전해진다. 참혹하고 힘겨운 구체적인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 사람들이 전쟁의 비인간성에 분노하고, 재난을 겪는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과 연대를 만들어가는데 선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실제로 TV에서는 매일 참혹한 가난과 굶주림을 겪는 아이들이나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아이들, 가혹한 노동에 내몰린 아이들을 매일 보여주고 구호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가 반복된다. 이들을 도우려는 의사들,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노력도 우리를 조금은 안도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대중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참상을 전하는 사진들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시대에는 그 참상의 이미지들이 과잉 소비되면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되고 공감의 능력을 상실한다는 지적도 있다. '타인의 고통'을 저술한 수잔 손탁의 지적이다.

전쟁은 텔레비전에서 하늘을 날아가는 섬광들과 저쪽 아스라이 먼 곳에서 연기 피우며 타오르는 불꽃으로 상영된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가공한 폭발력을 가진 미사일이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마우스 클릭에 작동하듯 날아간다. 사람들은 거대한 불꽃놀이 같은 느낌을 주는 이러한 장면들을 먼발치에서 팔짱끼고 바라보는 구경꾼이 된다. 이러한 관음증을 수잔 손탁은 CNN 효과라고 불렀다. 우울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대량으로 소비되는 영상이나 사진 말고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공감을 촉구하는 또 다른 매체도 있다. 그림이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그림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 중의 하나는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쟁의 참상' 판화 시리즈다. 이 판화 시리즈는 1808~1814년까지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을 침략한 전쟁에서 목격한 참상을 82점의 판화로 제작하여 인간 본성에 내재한 광기와 잔인함을 사실적으로 고발했다. 판화 하나하나는 매우 끔찍한 장면들로 가득한데 전쟁의 참상을 넘어서 인간 본성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듯하다.

우리가 잘 아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 나치의 만행을 그린 대작이다.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폭 8m, 높이 3.5m에 이르는 대형 회화작품을 통해서 다치고 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큐비즘 형식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보다 더 충격을 주는 피카소의 그림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한반도의 학살(1951)'이라는 작품이다. 로봇같이 생긴 군인들이 총을 들고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하고 폭력적인 무쇠 덩어리 같아 보이는데 이와 대비해 맞은편에는 벌거벗은 임산부, 어린아이들이 절망하며 무리 지어 서 있는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색채감은 한마디로 푸르딩딩하다.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간의 잔인함을 고발한다. 화가들의 그림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질감과 색감을 가지고 호소하는 애절함이 있다.

이것은 실재하는 모습을 작가가 재해석하고 작가 스스로가 먼저 마음으로 공감하는 아픈 현실을 호소하고자 하는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힘일 것이다. 매일 매일 전쟁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화가들의 진정성이나 수잔 손탁의 제안을 떠올린다. 수잔 손탁이 제안하는 것은 '공감 능력의 회복'이다. 이것을 회복하지 않고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상실하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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