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먼 나라 이웃 나라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먼 나라 이웃 나라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6-10-18 17:00
  • 신문게재 2026-10-1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균
김덕균 소장
끝없는 전쟁으로 얼룩진 삼국시대를 중국의 전국시대에 빗대곤 한다. 전쟁은 약육강식의 냉혹함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힘이 없으면 끝이기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다양한 국제관계를 만들었다. 중국의 서쪽 변방에 있던 진나라는 멀리 있던 나라들과 횡적으로 연합하며 가까운 이웃 나라들을 정복해 나갔다. 위협을 느낀 주변 나라들은 가까운 이웃과 종적으로 연합하며 진나라에 대항했다. 결과는 먼 나라와 협력하며 가까운 나라를 차례로 흡수한 연횡설의 진나라가 통일의 주역이 됐다.

삼국시대 백제는 일본과 교류했고, 신라는 중국(당나라)과 연합하며 생존을 도모했다. 가까운 이웃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먼 나라와 연합한 것이다. 신라인들이 당나라를 왕래할 때 사용한 길도 이웃한 고구려가 아닌 험한 서해바닷길이었다. 이런 당나라와의 빈번한 교류 덕분에 경기도 화성 당성(唐城)과 충남 당진(唐津)이란 지명도 나왔다. 안전한 육로보다 위험한 바닷길을 선택한 것은 이웃한 고구려가 더 큰 위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뱃길이 닿던 산동성 해안가 마을 곳곳에는 고대 한국인들의 흔적(신라방, 신라원, 고려관 등)이 남았다.

고구려와 싸워 혼쭐난 당나라가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고구려 정복에 나선 곳도 산동성 바닷가 마을이다. 신라는 가까운 이웃 고구려와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바다건너 멀리 당나라와 연합했고, 고구려에 수모를 당한 당나라는 옳다구나 여기며 신라와 함께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정복했다. 이후로 신라와 당나라는 가까운 이웃이 됐지만, 전쟁을 치르며 불편한 이웃으로 변했다. 고구려 땅에 들어선 발해에 대한 역사문제도 복잡해졌다. 신라와 당나라, 멀리 있을 때에는 가까이 협력했지만 막상 가까운 이웃이 되자 먼 나라가 됐다. 먼 나라와 가깝고, 가까운 나라와 먼 것은 비일비재한 역사적 현실이다.

미국-캐나다-멕시코, 영국-독일-프랑스, 중국-인도-파키스탄,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한국-중국-일본 등은 모두가 가깝고도 먼 불편한 이웃들이다. 접경한 나라들 치고 사이좋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예나지금이나 크든 작든 끊임없는 갈등이 연속되는 지역들이다. 작금 진행되고 있는 딴 나라 얘기할 것도 없다. 한일관계만 놓고 보더라도 이는 분명하다. 멀리 있는 나라에는 관대해도 가까운 이웃 일본만큼만은 불편한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운동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성적이 좋지 않아도 일본만 이기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잠재의식 속에 한일전에서는 유난히 강한 정신력이 발동한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아픔이 여전한 강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몽골족의 원나라, 만주족 청나라의 한반도 지배도 처절했지만, 일제강점기만큼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때의 아픔과 고통이 일본강점기 못지않았지만, 멀리 있는 몽골과 만주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친근감마저 든다. 겉모습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전원풍의 목가적 분위기가 낭만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일본에 대한 감정만은 다르다. 여기에는 문화적 자존심의 상처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는 항상 대륙의 고등한 문화를 전달해 주던 문화선진국이었다. 그에 따른 자부심도 강했다. 그랬던 우리가 하대하던 일본의 지배를 받는데 따른 자존심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륙의 선진문화는 우리가 전했지만, 바다를 통한 서구의 선진문화는 일본이 먼저 받아 앞서 나갔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전하고 지배까지 했으니 자존심이 무척 상한 것이다.

아무리 상투가 고등한 대륙 예절문화의 상징이라지만 거추장스런 것은 분명하다. 또 시대가 변했으니 자르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결단코 이를 거부하며 민족적 저항으로 이어간 것은 뒤쳐져있던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간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의 작용이다. 그러고 보면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얘기는 국제관계 속에서는 맞지 않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이웃보다 이것에서 자유로운 먼 나라가 오히려 편한 탓이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선수단, 전국체전 금빛 사냥… 메달 기대주는
  2. 지역 경제계, 대전산단 입주규제 '업종코드'→'오염물질' 전환돼야
  3. "심리상담 전문성 검증 없는 업무 확대 반대"
  4. 세종시 선수단 716명, 전국체전 출격… 메달 레이스 돌입
  5. 서산시의회, 국화축제장서 구슬땀, 성공 개최 힘 보탰다
  1. 대전센텀병원, 직원들 동참 혈액나눔 헌혈봉사 실천
  2. 대전시가족센터 개소 20주년 기념 2026 대전,가족·돌봄이음
  3.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4. 우옥환 (사)한국여가스포츠문화복지협회 회장, 70세 이상 노장 위한 제1회 대한민국 노장가요경연대회 개최
  5. 대덕특구본부, GPS 없이 무인기 위치파악 기술력 특구기업 선발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대전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 사업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를 앞두고 대전역세권이 이전 공공기관의 주요 입주 공간으로 검토돼 온 만큼 사업 무산이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별도로 추진되는 메가충청스퀘어 사업을 통해 입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순차적 이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한화건설 컨소시엄의 잔여 토지대금 납부 기한인 19일까지 대금이..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대전시가 내년 '대전 빵축제'를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하고, 시민들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육성할 전망이다. 지역 제과점뿐 아니라 전국 유명 빵집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축제 규모도 대폭 키워 관광객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이끌 국내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시는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대전 빵축제를 시 대표 축제로 키우기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내년 빵축제는 중구, 동구 등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

대전 정비사업 용역비 ‘고무줄’… "적정 기준 필요"
대전 정비사업 용역비 ‘고무줄’… "적정 기준 필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관리(PM), 정비업체 용역비 등이 천차만별로 책정되면서 적정 비용 산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대전지역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용역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대덕구 송촌동1구역 정비사업장의 예산안에 반영된 용역비는 약 38억 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예산안을 보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용역비의 30%에 해당하는 추정액은 11억 4000만 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전체 용역비는 38억 원이다. 계약금 지급부터 조합설립인가와 시공사 선정까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