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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
첫째는 송전선에 흐르는 전력이 몇 초 주기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되풀이하는 전력 진동이다. 2025년 4월 스페인·포르투갈 전역 정전 직전 30분 동안 이런 진동이 두 차례 나타났다. 유럽 송전망 운영자 협의체(ENTSO-E)는 첫 번째 진동이 스페인 남서부의 한 인버터 발전소 부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인버터 제어가 일으킨 진동으로 판단했다. 진동을 줄이려던 운영 조치로 전압이 높아진 상태에서 전압을 낮출 수단이 부족했고, 전압이 더 오르자 과전압 보호 장치가 작동한 발전소들이 잇달아 전력망에서 분리되며 정전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엔비디아 연구진은 AI 학습 시설의 소비 전력이 0.3~5초 간격으로 수백 메가와트(MW)까지 오르내릴 수 있고, 그 주기가 발전기나 송전선의 진동 주기와 맞으면 설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고장 감지 문제다. 송전선에 낙뢰 등으로 고장이 나면 보호 장치가 고장 전류를 감지해 해당 구간을 끊어 낸다. 기존 발전기는 고장 순간 평소의 몇 배인 전류를 흘리지만, 인버터는 내부 부품을 보호하려고 고장 전류를 평소 수준 근처로 제한한다. 그러면 보호 장치가 고장을 잘못 판단하거나 늦게 동작할 수 있다. 전류의 성분도 다르다. 송전선 고장은 대개 전선 세 가닥 가운데 일부에서 나서 세 전류의 균형이 깨진다. 보호 장치는 이때 생기는 영상전류와 역상전류로 고장과 그 방향을 판단한다. 영상전류는 발전소 변압기의 연결 방식이 정하므로 인버터가 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역상전류는 다르다. 기존 발전기는 역상전류를 저절로 흘리지만, 인버터는 따로 제어하지 않으면 거의 흘리지 않는다. 독일과 북미의 기술 기준이 고장 때 인버터에 역상전류를 내도록 요구하기 시작한 이유다.
셋째는 전력망 사이버 보안 문제다. 발전소 제어 설비는 그동안 인터넷과 분리해 보호해 왔다. 태양광·풍력 발전소는 넓게 흩어져 있어 원격 감시·제어용 통신망에 연결해야 하고, 제조사가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갱신한다. 2025년 12월 말 폴란드에서는 풍력·태양광 단지 30여 곳과 열병합발전소가 같은 날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발전은 멈추지 않았지만 이들 단지의 변전소에서 통신과 원격 제어가 끊겼다. 같은 제품 수만 대가 같은 경로로 관리되면 한 번의 침입이 여러 발전소에 동시에 미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4월 보안 위험을 이유로 중국 등 4개국 기업의 인버터를 쓰는 사업에 자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넷째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의 해외 의존이다. 정부는 호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HVDC를 건설하려 한다. 핵심인 교류·직류 변환 설비는 히타치, 지멘스, GE 등 소수 해외 기업이 공급해 왔다. 한국전력은 효성중공업을 이 설비의 국산화 사업자로 선정해 새만금~서화성 구간에서 검증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전 당일에도 프랑스와 연결된 HVDC의 진동 억제 기능 일부가 제조사의 보호 설계에 따라 자동으로 꺼졌고, ENTSO-E는 이 기능의 개선을 권고했다. 설비를 국내 기술로 이해하고 고칠 수 없으면 이런 개선도 해외 제조사에 맡겨야 한다. 국산화는 제어기와 함께, 설비 안에서 전류를 켜고 끄는 가장 기초 부품인 전력반도체까지 포함해야 한다. HVDC용 전력반도체는 수백 개를 직렬로 쌓아도 하나의 고장이 전체 운전을 멈추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며, 이를 만드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소수다.
네 과제는 모두 회전하는 발전기가 대부분이던 시기에는 없거나 작았던 문제이고,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커진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지와 함께, 이 네 과제를 전력망 정책의 우선 과제로 정해 차례로 해결해 가야 한다.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한승문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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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