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내 인생을 베끼지 마세요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내 인생을 베끼지 마세요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5-16 10:00
  • 수정 2021-06-25 22:24
  • 신문게재 2021-05-1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정보가 범람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이니만큼 인류가 가진 정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증가속도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인류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수천 년 간에 걸쳐 축적해 온 정보량 중 대부분은 극히 최근에 생성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SNS 등 개인이 쉽게 정보를 생산하고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런데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 중에 양질의, 유용한, 그리고 그를 넘어 꼭 필요한 정보는 그만큼 더욱 희소한 비율로 줄어들고 있다. 좋은 정보의 생산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좋은 정보의 비율은 급속도로 작아질 터이니, 좋은 정보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야말로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지 않을까.

좋은 정보, 좋은 컨텐츠는 창의적이고 사람에게 유용한 가치를 주는 것이다. 이것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재능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필자도 최근 블로그와 유투브를 시작하면서 어떤 내용이 나의 채널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느낀 것이다. 어떤 정보를 생산하여야 그걸 보는 분들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가치를 줄까. 그런 끝에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글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또 워낙 정보의 유통과 접근도 쉽기 때문에 같은 업계에서 서로 베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본인의 사건을 어떤 변호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하며 인터넷에서 변호사를 검색할 분들을 위해, 필자가 고심 끝에 쓴 블로그 게시글이 다른 법률사무소의 블로그에 떡 하니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황당했던 일도 여러 번 있다. 그만큼 탐이 나는 글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같은 업계에서 참 양심도 없구나' 생각했다. 더구나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가 바로 저작권 침해 사례이다. 저작권법 위반과 동시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되기도 한다. 저작권자는 다른 사람이 저작물을 함부로 복제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 있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창작물을 만들면 곧바로 발생하는 권리이고 특허권처럼 어딘가에 등록을 해야 생기는 권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있어 여기에 저작물을 등록하면 나중에 침해가 발생할 경우 소송 등에서 자신의 저작물임을 입증하기가 쉽다. 필자도 저서와 칼럼 등을 여기에 저작물 등록을 해놓았다. 그리고 필자의 글을 베껴간 법률사무소의 책임자에게 글 삭제와 사과, 재발방지를 요청하여 이를 받아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끼기는 끝나지 않는다. 필자의 글에 녹아 있는 어떤 아이디어를 교묘하게 자구를 바꾸고 맥락을 변형하여 집어넣는 글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니라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저작권은 어떤 아이디어의 '표현'을 보호하는 권리이다. 즉, 어떤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베끼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이디어를 베끼는 일이 더 괘씸한 일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것들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처럼 표출하는 것을 '표절'이라고 하여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여도 표현 그 자체를 베낀 것이 아닌 경우 이를 보호할 방법이 제대로 없었다. 2018년에 이르러서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하면 이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법으로 다 해결될 일이 아니다. 법은 언제나 사람들과 사회의 변화를 뒤늦게 따라간다. 그래서 항상 법의 공백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것은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살자.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나는 나'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2.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3.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4.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5. 우송정보대 앵커사업단, 산학연 EXPO서 현장형 인재양성 성과 공개
  1.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2. [대전노인신문]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
  3.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4.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5. ‘가갸날’에서 한글날까지 100년…대전·세종에서 즐기는 한글날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