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그 변호사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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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그 변호사의 자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7-04 10:10
  • 신문게재 2021-07-05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밤늦게 사무실에 혼자 앉아 어렵고 중요한 사건의 서면을 쓰다 보면, 그런 생각을 이따금 하곤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에게는 많은 마음이 있으므로 일을 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동기가 있을 수 있고, 그중 하나가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하고, 또 혼재되어 번갈아 가며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똑똑하다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내 명예를 위해 일을 하기도 했었고,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내가 변호사로서 양심껏 일한다는 알량한 자부심을 위해 일을 하기도 했었고,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안락하게 살게 하려고 돈을 위해 일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퇴근하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를 찾자면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 의뢰인의 안심을 위해 서둘러 서면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인생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예전부터 가끔 생각해보곤 했는데, 대개 나의 답은 그랬다. 지금 하는 이 골치 아픈 사건들을 당장 그만둬야 하겠지, 멀고 낯선 곳을 여행을 해보거나, 생각만 했던 일을 하거나, 만난 지 오랜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들을 일에 파묻혀 놓쳐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상 중에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하고 싶은가?) 만일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이 계속 나온다면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그때 그만둘 일이라면 지금 더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때의 충격이란!

그렇다면 나는 변호사 일을 당장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명예감이나 생계를 위한 재물 때문이란 것 아닌가. 그것을 위해 나는 무엇보다 소중한 내 시간, 내 인생 그 자체를 탕진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그때 내가 한 일은, 당장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무언가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비겁하게도 그저 눈을 감아버리는 일이었다.

몇 년이 흘러 대전에서 개업하고 법률가이자 사업가로 마인드를 변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의뢰인 한분 한분이 모두 나 김이지 변호사를 보고 오시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온전한 책임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그 전에도 나는 스스로 내가 책임감 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끽 해봐야 반쪽짜리 책임감, 포장된 거짓 책임감일 뿐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느 날 한 사건의 재판을 위하여 천안에 다녀왔다. 의뢰인의 이익과 인생의 암초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의뢰인은 아주 한시름 놓았다. 그날 밤이었다. 책을 읽다가 다시 저 질문에 마주쳤다. 내게 묻자, '내가 오늘 저녁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그냥 낮에 예정된 재판에 가서 의뢰인을 위해 일을 할 것이고, 돌아와서 평소처럼 하루를 마무리하고 눈을 감겠다'라는 답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하면 꽤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그다음 순간 스스로 느낀 두 번째 충격이란!

아! 이제 나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그 인생을 위해 대변할 한 명의 변호사로서 살아갈 자격이 생겼구나. 매 순간 전심으로, 혼신을 다하여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죽는 날까지도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이 일하다 갈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내 의뢰인들의 평생에 걸친 보호자라는 마음으로 오늘 밤도 의뢰인의 인생을 위해 달린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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