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언니의 나사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언니의 나사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5-15 10:24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나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변호사로서, 이 지면에는 전문분야의 지식이나 평소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소재로 글을 적곤 하였는데,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결론은 '자랑글' 같더라도 용서해주시길…….

내게는 두 살 위의 언니가 한 명 있다. 태어나서부터 항상 가까이 있었던 존재였으므로 그다지 언니의 존재에 대해 깊이 숙고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내 사업장의 직원으로 스카우트를 할까 고민하면서 언니를 객관적인 눈으로 살펴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는 지금 생각해보면 똑똑한 사람이고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지만, 독보적으로 잘 했던 나의 그늘에 가려 별로 대단하게 여겨지지 못했다. 대학을 갈 때는 부모님에게 걱정도 끼친 편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언니는 그런 점 때문에 열등감이나 시기심을 갖고 나를 대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워낙에 평생 그러했기 때문에 나는 자매 사이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나는 어른이 되어 여러 가지 사회경험을 하고 나서야, 안 그런 형제자매 사이도 많은데 나에게는 나를 전혀 시기하지 않고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가까운 혈육이 거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니에게는 또 신기한 면이 있다. 언니는 사람들, 특히 친척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시간의 흐름에 의한 유대감의 희석'이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쉽게 말하자면, 고모, 삼촌, 숙모, 사촌 등 어렸을 때는 정말 벽 없이 친밀했던 사람들을 성장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나면 데면데면하거나 어색한 것이 보통인데, 우리 언니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냥 예전의 관계가 시간의 틈을 훌쩍 뛰어넘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그런데 그 모습이 약간 '바보 영구' 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는 그것이 참으로 소박하고 진실된 것임을 안다.

언니는 부족한 점도 많았다. 옆에서 보면 언니는 왜 저렇게 약간 엉성하고 어리숙해 보일까 싶을 때가 자주 있었다. 우리 엄마의 표현을 빌자면, '얘는 나사가 하나 빠졌나'였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여동생과 편을 먹고 언니를 골려 먹기도 했다. 언니는 그때는 화를 냈지만, 돌아서면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언니와의 관계에서 아무런 불안도 느낀 적이 없었다. 언니는 내 마음속에 언제나 약간 모자라는 사람이었다. 그건 아마 언니가 우리 아버지를 닮은 점 같다. 똑똑한 엄마의 눈에 아빠가 살짝 사리에 안 맞고 어리석은 말을 자주 하는 뭔가 모자라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엄마를 닮은 내 눈에는 언니가 그렇게 보였다.

나는 우연히 내 삶을 돌아보는 명상을 하게 되었고, 그 뒤로 아주 조금은 겸손해졌다. 사물과 세상을 좀 더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눈으로 언니를 보고 나를 보자,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가 나사 빠진 사람으로 보였던 것은, 내게는 사람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기능 자체가 안 되면서 그 부분은 뒤에 감추고 남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잘 작동되는 어떤 부분만을 앞에 내세워 성능이 좋은 척 하고 있는 사람이 나였다.

아, 언니야, 언니는 나사가 하나 빠져 있을지라도 그래도 삐거덕삐거덕 작동은 되는 사람이었구나. 나야말로 중요 부품이 홀라당 빠져 있는 주제에 언니더러 나사 하나 빠졌다고 구박하고 업신여겼네. 언니,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언니에게 빠져 있는 나사라면 아마도 그건 자기만 아는 계산적인 마음인가 봐.

언니는 나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귀하신 인재임이 판명되었지만, 자기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내가 퇴짜를 맞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2.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3.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4.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5. 우송정보대 앵커사업단, 산학연 EXPO서 현장형 인재양성 성과 공개
  1.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2. [대전노인신문]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
  3.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4.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5. ‘가갸날’에서 한글날까지 100년…대전·세종에서 즐기는 한글날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