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노동자행진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충남노동자행진 제공) |
하지만 '기후위기'에 앞서 '고용위기'에 처하게 된 이들이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충남을 비롯한 전국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8기가 폐쇄된다. 폐쇄 시 1만 명 이상의 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의 고용 보장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 중이다. <편집자 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되는 배경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꼽히지만, 우리나라가 쓰는 전기 중 35%는 석탄을 태워서 만들어낸다. 태양과 바람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2020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30년 기준으로 전국의 28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석탄발전의 발전량 비중을 2030년 19.7%, 2036년 14.4%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2036년까지 총 28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이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 말 태안 1, 2호기를 시작으로 매해 2~3개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지역은 충남과 경남에 집중돼 있다.
발전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폐쇄가 결정된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에 근무 중인 노동자들은 약 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1만 명이 발전소 공기업 근로자, 1만 5000명이 발전소 민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앞서 발전소 노동자의 75%는 탄소중립을 위해 폐쇄에 동의했다. 단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폐쇄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노동자들을 외면한 수준이다.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 고용 안전을 위한 법률이 4월부터 시행되지만,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주된 지원은 교육과 일자리 소개뿐이다. 이 법 외에 현재 발전소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0명 이상, 석탄화력발전소가 LNG 발전소로 전환되더라도 5000명 가까이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협력사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 위태롭다. 발전소가 폐쇄되면 협력사가 맡던 용역사업권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폐쇄 결정으로 신규로 들어오는 직원들이 없어 노동자들의 업무 과중도 심화되고 있다.
노후화력발전소 28기 중 충남에서만 14기가 폐쇄된다.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의 실직은 물론, 지역경제 침체, 인구감소 등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LNG 발전소를 같은 용량으로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어주는 것이 아닌 발전사 별로 각각 알아서 하라는 거다.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인원이 줄어도, 발전공기업은 공기업이니 잘 정의해서 가겠지만, 협력사들은 용역계약이 끝나면 다른 곳에 일감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노동자행진 행사에 참여한 모습 (사진=충남노동자행진 제공) |
답답한 상황에 발전노동자들과 충청권 환경단체는 3월 30일 거리에 나왔다. 충남 태안 일대에서 노동자 행진을 하며, 발전소 운영은 중단돼도, 노동자의 삶까지 끝낼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고용보장 대책과 고용 승계 후 발전소 이전에 따른 근로자 주거 대책, 실직 근로자들의 대한 사후 추적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는 LNG 발전소 역시 탄소 중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LNG 발전도 결국 화석연료에서 뽑아내는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물과 바람, 태양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90% 이상은 민간 기업과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산업전환 시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 사업을 독식하게 되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영화가 이어진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노동자들과 환경단체는 국가가 직접 대규모 재정투자를 해 재생에너지를 공적으로 개발, 소유, 운영하고 그곳에 일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대부분 전부 민간기업을 후원하는 형태로 돼 있고, 결국은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갈 자리가 없어지는 거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LNG 발전소 전환 역시 완전히 국영기업이 하는 것으로 확정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폐쇄 지역 노동자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강조되고 있다. 송상표 충남노동자행진 공동대표는 "충남도에 노동자와 폐쇄 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기금'이 있지만, 목적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쓰일 때가 많다"며 "현재 폐쇄 지역에 민간협의체가 꾸려진 곳 중 노동자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충남 태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 강원도의 경우 탄광이 없어진 지역에 카지노 시설을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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