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역사인식 부재가 만든 ‘탱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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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역사인식 부재가 만든 ‘탱크데이’

  • 승인 2026-05-20 17:02
  • 신문게재 2026-05-21 19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장면이 무참히 조롱당했다.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이 국내를 넘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로이터, BBC,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민주화 시위대 학살을 연상케 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민주화 역사와 유혈 진압의 비극을 건드린 왜곡된 역사의식이 할 말을 잃게 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반역사적·반인륜적 행태라며 규탄에 가세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인 18일 공식 마케팅 언어로 쓴 '책상에 탁'은 고문치사 군사정권의 은폐 발언에서 끄집어낸 문구다. 물고문으로 인한 죽음을 텀블러 판매 문구로 활용한 것은 가혹하다. 탱크데이의 그 탱크가 뭔가.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 땅의 국민을 짓밟은 계엄군의 상징 아닌가. 피어린 역사적 상처를 이벤트명으로 내걸고 공감이 아닌 구매 욕구의 소재로 소비한 처사가 충격적이다.

이번 사안은 처음 있는 실수나 '해프닝'이 아니다. 민감한 정치적 메시지로 비슷한 논란과 다짐이 있었던 기업에서 재발한 일이다. 역사 불감증 마케팅 자체도 문제다. 그 이전에 한국 민주주의의 굵은 줄기를 이룬 5·18을 마케팅 소재로 삼은 광고 문안이 세상에 버젓이 나온 배경, 즉 기업 내부의 검수 시스템도 큰 문제다. 5·18은 이미 역사가 된 지 오래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충청 지역 대학생들이 최근 유공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정 지역만이 아닌 우리 민주주의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이 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5·18 기념사에서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도, 저절로 지켜지는 민주주의도 없다"고 언급했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을 홍보 문구로 써도 아무렇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가 의심스럽다. 최소한의 문화적 맥락을 무시한 마케팅은 사과문의 화려한 수사 속에 흘려보내지 말고 보다 책임 있는 확약을 받아야 마땅하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는 기업이 역사와 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투사된 것이다. 단순한 마케팅 실수가 아니기에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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