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종 고창 농업마이스터 "농사는 땅에서 시작하지만 나눔은 사람에게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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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종 고창 농업마이스터 "농사는 땅에서 시작하지만 나눔은 사람에게서 자란다"

17년 무일푼 하우스 농사에서 농업마이스터로…14년째 장학금 기탁하며 지역 인재의 꿈 응원

  • 승인 2026-08-19 09:44
  • 전경열 기자전경열 기자
전경열기자
오만종 마이스터.(사진=전경열 기자)
고창의 농업 현장을 오래 지켜온 사람을 만나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농사를 단순히 생업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산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다시 연구하고 후배 농업인과 나누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이 있다.

고창군 공음면에서 블루베리를 비롯해 수박과 멜론 등을 재배하고 있는 오만종 농업마이스터가 그런 농업인이다.

오만종 마이스터의 농업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자기 소유의 하우스 한 동 없이 임대농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무일푼으로 하우스 2천 평을 빌려 농사를 짓던 시절, 부인 박희자 씨에게 "내 하우스 5천 평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그저 농부의 소박한 바람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7년 동안 부지런히 농장을 일구며 기술을 익히고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2010년 제20회 고창수박축제 왕수박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자신의 농업 역량을 입증했다.이후 농업은 그의 삶 자체가 됐다.

2012년 젤존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농업 규모를 키워 나갔다. 현재는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포함해 고창 아산·무장·공음·대산 일대의 시설하우스에서 수박과 멜론, 블루베리 등을 비롯해 파와 배추, 쌈채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시설하우스를 놀리지 않고 1년 3기작 재배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농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농업은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오만종 마이스터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찾았다. 첫 도전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년 뒤 다시 시험에 도전했고, 2019년 제4회 농업마이스터에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농업마이스터는 특정 품목의 전문기술과 지식은 물론 농업경영 능력과 현장 지도 역량까지 갖춘 농업 분야의 최고 수준 전문농업인을 의미한다.

당시 전국 336명이 응시해 22개 품목에서 44명만 선정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전북에서는 6명이 선정됐고, 고창에서는 오만종 마이스터가 유일했다.

그의 도전은 농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8년 일산 킨텍스 과일대전 수박 부문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고, 가족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농사일에만 매달리던 그에게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십 교육을 받았고, 웅변에 도전해 통일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틈틈이 시를 외워 사람들 앞에서 낭송한다. 농부의 삶에 시가 더해진 것이다.

그는 시를 외우는 일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농사일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농업으로 얻은 결실, 다시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습니다"

오만종 마이스터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눔이다. 그는 2013년부터 장학금 기탁을 시작했다.

농업으로 얻은 소득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나눔은 올해까지 14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5일에는 고창군장학재단에 장학금 350만 원을 기탁했다.

한두 번의 선행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년 이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오만종 마이스터는 "농업으로 얻은 결실을 지역 학생들과 나눌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농사를 지으며 얻은 것을 다시 지역의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그에게 장학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농부가 땅에 씨앗을 뿌리듯 학생들의 꿈에도 작은 씨앗 하나를 심는 마음이다.

농업은 끊임없는 연구와 결단의 연속

오만종 마이스터가 농업인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단이다.

농업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날씨가 달라지고 가격이 변하며 병해충과 생산비 부담도 농업인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그는 손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은 농업인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농사는 기다리는 것 같지만 사실 매 순간 판단해야 합니다. 언제 심을 것인지, 무엇을 심을 것인지, 언제 수확할 것인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농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가 블루베리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재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시설하우스와 작물 재배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연작장해를 줄이며, 소비자가 찾아오는 농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그동안 축적한 농업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 농업인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준비하고 있다.

농업을 통해 얻은 기술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농업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또 다른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부의 성공은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오만종 마이스터의 지난 세월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임대농에서 농업마이스터가 되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새벽이면 하우스를 살피고, 작물의 잎 하나를 들여다보고, 흙의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농업인에게 하우스는 일터이면서 학교였다. 그곳에서 작물을 관찰하며 배우고,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오늘의 오만종 마이스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농업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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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종 농업마이스터의 현판.(사진=전경열 기자)
농업기술을 연구하는 농업인에서 후배 농업인의 길을 밝혀주는 멘토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에서 지역의 아이들에게 꿈을 나누는 후원자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오만종 마이스터에게 농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농업을 멈출 수는 없지요. 몸이 움직이는 동안 계속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농사를 지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후배 농업인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농부에게 땅은 정직하다.

뿌린 만큼 반드시 거둔다는 뜻만은 아니다.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실패를 견뎌냈는지가 결국 농작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오만종 마이스터의 삶도 그렇다. 17년의 고생은 농업마이스터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었고, 농업으로 얻은 결실은 14년째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에 다시 뿌려지고 있다.

그가 농장에서 키우는 것은 농산물만이 아니다.도전의 가치, 나눔의 의미, 그리고 다음 세대의 꿈까지 함께 키우고 있다.

고창의 들녘에서 오늘도 농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만종 마이스터가 뿌린 작은 나눔의 씨앗은 농장을 넘어 고창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자라고 있다.

고창=전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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