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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여성플라자를 4년간 이끌어 온 홍만희 대표가 그간의 소회와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이은지 기자) |
특히 내년 성평등가족부 이전을 계기로 행정수도 세종이 선도적인 성평등 지방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여성정책의 거점 역할을 맡고 있는 세종여성플라자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홍만희 세종여성플라자 대표를 만나 주요 사업과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역할과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아래는 홍만희 대표와 일문일답.
-세종여성플라자가 2022년 출범한 이후 4년여가 지났다.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세종여성플라자는 지역 유일의 성평등 사업 전담 기구로서 인권과 평등의식 확산을 위한 성평등 교육과 문화사업을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살피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성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이주한 여성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지역을 소개하고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경력보유(단절)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여성의 일과 관련된 다양한 강좌도 마련하고 있다.
여성 간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 공간을 지원하고 여성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지역 여성들의 연대 기반을 넓히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3월 개소한 이후 2023년 6월에는 '직장맘지원센터'를 개소해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돌봄권 보호를 위한 노무상담 등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가장 의미 있는 변화나 성과는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특히 출범 당시 구상했던 역할과 현재 시민들이 체감하는 역할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플라자가 성평등 플랫폼으로서 시민과 시민, 그리고 단체들이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의 장으로 잘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 이용이나 교육 수강 등 모든 서비스의 과정에서 문턱을 낮추며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지난해까지 누적 이용자는 1만여 명에 육박했으며, 개소 이후 4년 내내 서비스 만족도 9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점도 큰 결실이다. 서비스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협력해 2023년과 올해 2회차에 걸쳐 성평등 전문강사를 배출하고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역의 연대 역량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세종시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민관 협업으로 3년간, 여성폭력추방주간 행사를 2년간 연대사업으로 인큐베이팅하며 여성 단체들의 연대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세종시 최초의 여성·가족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정책·교육·행사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 브리프와 뉴스레터를 통해 여성·가족 정책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시민들은 보다 다양한 교육과 참여 기회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관련 단체에서는 중간지원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센터장으로서 인력 보강 등 기반을 확충해 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보다 충실히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종여성플라자는 여성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정책을 발굴·제안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세종 여성들의 가장 큰 정책적 요구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세종지역 경력단절 여성 비율이 전국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센터는 저출생 대응 시민토론회를 열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경력보유(단절) 여성의 노동환경과 경력 이탈 요인을 면밀히 살펴 경력 재이음과 재설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또는 재택 등의 근무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서 이런 일자리를 잘 찾고 만들어 매칭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 밖에 긴급 돌봄이나 병원 동행, 돌봄센터 접근성 개선, 자녀 방학 중 출근 시간 조정 등 기존 정책의 틈새를 메우는 돌봄서비스도 매우 크게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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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여성플라자를 4년간 이끌어 온 홍만희 대표가 그간의 소회와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이은지 기자) |
▲서비스 이용자의 절대 다수가 동(洞)지역 주민이다. 읍·면 지역 주민 참여가 저조한 것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치원 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지역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플라자는 동 지역과 읍·면 지역 여성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에 따른 수혜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간 안전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플라자에서는 여성 취·창업 역량 강화, 성평등 교육, 정서지원 프로그램, 직장맘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확인한 '기존 정책만으로는 충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행정 부서를 넘나드는 이슈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여성 일자리 문제를 다룰 때 여성정책 부서와 일자리 정책 부서가 구분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여성의 일자리 문제는 성별화된 노동에 기반한 불균형이 존재하기에 성인지적 관점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지적 관점이 일자리 정책 부서에서 주요하게 검토되고 있지 않다면 어려움이 뒤따른다. 공공정책의 입법, 추진 및 모든 수준에서 양성(남녀)과 관련된 함의를 반영하는 개념인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여성의 생애를 기록하는 '새록' 사업을 통해 여성농업인, 시장상인 등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지역사회에 공유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이런 기록이 지역 여성정책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인류는 긴 시간동안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사회가 운영됐기 때문에 역사의 기록도, 의사결정도 주로 남성의 관점에서 이뤄졌다. 세종 지역의 예를 들자면 독립운동가 명단에 여성의 이름은 하나도 없다. 전의 만세운동의 도모와 실행 과정에서 과연 여성이 없었을까? 단지 기록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기존 역사기록은 여성이 소외되거나 배제되기 일쑤였다.
여성의 이야기가 다뤄진 경우에도 그 글을 쓴 남성에 의해 해석된 여성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눈으로 보고 겪은 일들을 기록화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구술사 작업을 시작했다.
여성의 경험과 당사자가 느끼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돼야 여성 정책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 그래서 센터는 지역의 역사연구단체 실번스토리의 협력으로 '여성의 길' 역사탐방을 운영하며 역사적 여성 인물을 발굴해 알리고 있다. 최근엔 세종시에 들어서는 국립박물관단지에 여성사박물관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 절반의 이야기가 담길 여성사박물관이 설립된다면, 여성의 역사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을 여성이 직접 맡을 수 있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도 기대된다.
-일·가정 양립은 여전히 여성 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직장맘 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세종의 일하는 여성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어떤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보나.
▲법과 제도는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적용되는 현실에선 간극이 존재한다. 공공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제도적 보장이 되고 있지만, 문제는 조직 문화다. 아직도 여성이 자녀 돌봄을 위해 휴가, 단축 근무 등을 사용할 때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마저도 중·소규모 사업장에선 휴가 사용이 원활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돌봄 휴가나 휴직을 사용하는 인력의 업무 공백을 메워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문화도 형성돼야 한다. 플라자에서는 이와 관련한 노무 상담을 연간 400건 이상 제공했다.
-최근 여성 정책의 범위가 취업·돌봄뿐 아니라 안전, 건강, 교육, 주거, 디지털 역량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플라자가 새롭게 강화하거나 발굴해야 할 여성 정책 분야가 있다면.
▲여성이라는 집단은 단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장애 유무, 연령, 농촌-도시 거주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와 요구가 다양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 여성, 노인·여성, 농촌지역 거주 여성, 청소년 여성 등 다양한 여성 주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해야 한다. AI 시대, 여성 일자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경력 재설계, 데이터의 젠더 편향성, 관련 분야 여성 일자리, 디지털 폭력 실태 등을 면밀히 살피고 지역 맞춤형 사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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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여성플라자를 4년간 이끌어 온 홍만희 대표가 그간의 소회와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이은지 기자) |
▲유관 단체와 기관들이 여성플라자를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주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 시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협력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플라자가 지역 단체를 지원하고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간지원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시와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 나가겠다.
-올해 여성의 날 행사에서 성별 임금 격차와 보이지 않는 차별 등을 언급하셨다. 내년 성평등가족부 이전을 앞두고 세종 역시 행정수도라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성평등한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성평등한 세종'은 어떤 모습인가.
▲제가 생각하는 '성평등한 세종'은 여성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도시를 넘어, 성별 때문에 기회가 달라지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삶과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올해 여성의 날에 성별 임금 격차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말씀드린 것도 같은 이유다. 채용·승진·임금·돌봄·경력단절·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단순 개인 문제 치부가 아닌 도시의 정책과 제도를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
특히 행정수도 세종은 앞으로 국가의 미래를 실험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성평등가족부의 세종 이전을 계기로 중앙정부의 정책 역량과 지역의 현장 경험, 시민사회의 전문성이 연결된다면 우리 시가 모든 행정 영역에서 성평등, 인권, 삶의 질 우선 원칙을 적용한 선도적인 지방행정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한 일자리와 기회를 보장하는 것, 돌봄을 여성만의 책임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 그리고 도시의 모든 정책과 의사결정에 여성과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성평등한 세종은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모두가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다. 세종은 행정수도를 넘어 인권·성평등·돌봄·안전·지속가능성을 실제 도시 운영으로 증명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종여성플라자가 앞으로 5년 뒤 시민들에게 어떤 기관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 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앞으로 5년 후 시민들이 세종여성플라자를 떠올렸을 때는 '세종의 성평등을 실제로 변화시킨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여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넘어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성평등 의제를 발굴, 세종이라는 도시가 공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성평등 정책의 플랫폼이자 시민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
특히 행정수도 세종의 성장과 함께 성평등도 도시의 중요한 운영 기준이 돼야 한다. 앞으로 일자리, 돌봄, 안전, 교육, 주거와 같은 시민의 일상에서 성평등이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도시를 만드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성평등은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요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준이다. 세종여성플라자가 시민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
대담=이희택 세종본부장, 정리·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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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