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국정 전환 결정에 사실상 드라이브를 걸어온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은 지난 11일 새누리당의 공식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중요 국정현안의 경우 그동안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 결정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빠지고 '당정'만의 협의로만 결정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는 청와대의 조정 또는 협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분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청와대가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강화가 아니라 국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지난 7일 소개한 박대통령의 발언은 1년 8개월 전인 지난해 2월 교육문화 분야 업무보고에서의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중요한데, 정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오류와 이념편향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지만, 당정협의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정 전환 방침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 의지가 매우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라는 큰 지침을 교육부에 내린 뒤, 공개적인 발언은 삼가면서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향을 사실상 지속적으로 추동시켜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뒤인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2년 4개월 만에 결국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확정 발표되는 상황에서 관심은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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