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청렴한 지방의회의 첫걸음은 행동강령 조례 제정이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청렴한 지방의회의 첫걸음은 행동강령 조례 제정이다

  • 승인 2017-04-17 10:19
  • 신문게재 2017-04-18 22면
  •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얼마 전 우연히 지방의회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보고는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구의원 쌈짓돈으로 전락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라는 제목의 기사는 A의회의 부적절한 행태를 상세하게 꼬집고 있었다. 2014년 7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A의회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에 업무와 무관한 유흥주점 사용내역이 100건 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A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간 총 450억 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 지방의회에서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위원회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이행실태 점검’을 통해서도 수없이 지적되고 전파된 사항이다.

여기에 전ㆍ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이전투구도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금품 살포, 나눠먹기, 각종 고소ㆍ고발 등 의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모습 속에 주민들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관심은 멀어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회자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일탈이 반영된 지난해 12월 청렴도 평가결과를 보면, 지방의회가 받은 점수 6.01점은 기관 유형별 평가의 최하위 점수에 해당한다. 자치단체(광역 7.18점, 기초 7.67점)와 비교하더라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역주민은 설문대상 그룹 중 지방의회에 가장 낮은 5.54점을 주고 있다.

다행히 긍정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범죄행위로 사법처리 된 지방의원은 제1대 78명, 제2대 79명 수준에서 제3대 262명, 제4대 293명, 제5대 323명까지 계속해서 늘어 오다가, 2011년 ‘지방의원 행동강령’이 68개의 지방의회에서 처음으로 조례로 도입되어 시행된 제6대에 들어서는 219명으로 감소하였다.

더불어 정책보좌관제 도입, 자치 입법권 확대 및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 등 지방의회의 질적 성장과 본질 회복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길게 보아 긍정적이라 하겠다. 물론, 지역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도 그에 맞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 이전에 지방의회가 먼저 돌이켜 살펴야 할 일이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지방의회가 그 존립 기반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인한 공직환경의 변화와 대통령 탄핵결정, 조기대선 등 유례없는 정치상황을 거치면서 ‘청렴’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가치가 되었다. 주민의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지방의원에게는 그 의미가 특별히 더 크다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체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는 서둘러 주민 앞에 ‘청렴 의지’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제7대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전체의 65%에 이르는 158개 지방의회가 스스로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행동강령은 일부의 인식처럼 의정 활동을 규제하거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패예방을 위해 지방의원 스스로 정하는 자율적 규범이다. 이러한 규범을 갖추고 지키는 것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는 또한 지방의회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한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전체의 35%에 해당하는 85개 지방의회는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지 않고 있다. ‘청렴 의지가 없음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들의 공직자에 대한 청렴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지방의회가 임명권자인 지역주민의 평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하루속히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고 엄격히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것이 주권자인 주민에 대한 예의이자, 청렴한 지방의회를 향한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MBTI로 성격·직업 찾기 진행
  2. 교사 보직·담임 수당 인상했지만… 교원들 "업무부담엔 턱없이 부족"
  3. 임현택 의사협회장 당선인 "생계곤란 전공의에 성금 조기지원"
  4. 단국대 K-웰니스·힐링 미래전략연구소, 충남지역 치유와 사회적 농업 발전 견인
  5. 언론사 제작 다큐, 칸영화제 레드카펫 밟는다… 한국 역사상 최초
  1. [루나점핑 피트니스]이 음악 알면 OO세대? 리바운드 응용동작, 잭
  2. 10억 이상 부자들 추가 투자 자산 1위 '부동산'
  3. "대전 생활임금제 적용 대상 더 확대돼야"
  4. 대전서 열리는 두번째 대한민국 과학축제 첫날 '북적'… 각종 체험 인기
  5. 제1회 근로자의날 슈퍼콘서트,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갑천에 원인불명 기름띠… 어패류 폐사 등 피해는 없어

대전 갑천에 원인불명 기름띠… 어패류 폐사 등 피해는 없어

대전 유성구 문지동 일대 갑천에서 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유출돼 관계기관이 조사 중이다. 26일 유성구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께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로 문지동 일대 갑천에 기름띠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구에서 현장 출동을 했다. 대전시와 유성구, 금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은 방제작업을 위해 기름띠 주변에 방제선을 설치한 상태다. 어패류 폐사 등 피해는 없었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장을 살펴본 결과 얇은 유막이 있었는데, 경유처럼 냄새가 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하천 중간에서 시작되는 상황이라서 배출구를 통해서 나온 것은 아..

[날씨] 이번 주말 낮 기온 30도 육박…이른 무더위
[날씨] 이번 주말 낮 기온 30도 육박…이른 무더위

이번 주말인 27일과 28일 대전·세종·충남은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 초여름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5~9도, 최고기온 18~21도)보다 높겠고, 내륙을 중심으로 27일까지 낮 기온이 25도 이상, 28일은 30도 가까이 올라 덥겠다. 26일 낮 최고기온은 대전 26도·세종 26도·홍성 25도 등 22~27도가 되겠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대전 11도·세종 10도·홍성 9도 등 8~11도, 낮 최고기온은 대전 28도·세종 27도·홍성 26도 등 23~28도가 되겠다. 28일 아침 최저..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한화이글스가 최근 거듭된 악재 속 연패까지 기록하면서, 리그에서의 순위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침체한 팀 분위기 속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4월의 마지막 일정을 통해 한화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시점에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류현진의 프로야구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 재도전의 실패다. 류현진의 100승 기록 달성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쉽게만 보였던 도전 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4월 2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 농사로 바쁜 농촌 봄 농사로 바쁜 농촌

  •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