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과 공존' 워크숍…전문가들 "곰 판단 존중"
환경부, 전문가 의견 경청…"내부검토 거쳐 방사 결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서식지인 지리산을 두 차례나 이탈했던 반달가슴곰 'KM-53'의 거취가 결정되지 못한 가운데 학계와 동물단체는 반달가슴곰 서식지 확대와 이동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계와 동물단체에서 나온 전문가들은 17일 오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최로 열린 '반달가슴과 공존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 KM-53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으나 발신기 작동 문제로 위치파악이 되지 않다가 올해 6월 15일 서식지에서 90㎞나 떨어진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KM-53을 곧바로 지리산으로 데려와 자연적응 훈련 등을 시키고 지난달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다. 하지만 이 반달가슴곰은 일주일 후 경남 함양·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윤정준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 이사는 "KM-53은 인간이 정해놓은 방식이 아닌 스스로 판단에 따라 이동한 것"이라며 "야생동물은 인간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실행위원장도 "그 어떤 경우에도 자연으로 돌아간 곰을 인간이 회수할 수는 없다"면서 "환경부로서는 하지 말아야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영철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적정 수용력은 50∼70마리로, 현재 지리산에는 47마리가 서식한다"면서 "서식범위의 확대가 진행되는 사례가 나오는 만큼 반달가슴곰 복원의 방향전환과 서식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KM-53의 이동을 탈출이 아닌 본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같은 장소로 두 번이나 이동했다는 것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스스로 영역을 찾는 분산활동으로 봐야 한다"면서 "성별·나이를 토대로 KM-53은 독립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컷의 입장에서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짝짓기할 상대를 찾아 떠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야생동물을) 방사할 때 한 마리가 아닌 개체군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식지 확대와 방사 전 사회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달가슴곰을 방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사회적인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KM-53을 방사했을 때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조처를 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방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학교 이항 교수는 "KM-53의 이동은 경사스럽고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라며 "지난 15년간 종 복원을 해왔다면 이번 같은 의도치 않은 일에 대해 먼저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반달가슴곰들이 보호구역으로부터 10㎞ 안팎을 오간 사례는 있지만, KM-53처럼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 같은 곳을 향한 적은 없었다. KM-53은 현재 인간의 영향이 최소화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학계 전문가와 시민 환경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이른 시일 내에 KM-53의 방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반달가슴곰 서식지 유치에 적극적인 수도산에 인접한 김천시와 거창군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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