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5 영화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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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2025 영화 회고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5-12-25 16:34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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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의 주인' 포스터.
올해 상영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다섯 편을 돌아보려 합니다. <세계의 주인>은 한국 영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근친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건이 자신의 삶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주인공 이주인과 그녀의 주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상의 시간들을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의 태도가 특기할 만합니다. 윤가은 감독의 연출과 서수빈 배우의 연기 또한 대단히 훌륭합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지난해 개봉했지만 올해 초까지 상영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의 존재론이라 할 만합니다. 영화가 무엇인가?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 줍니다. 잃은 기억, 놓친 마음, 덧없이 흘러버린 시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거기 그 순간 놓였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기억을 잃고도 작은 필통 속에 이것저것 담아 놓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한 주인공. 파편처럼 혹은 흔적처럼 남아 있는 옛것들이 우리의 기억을 되살릴지도 모릅니다. 그것들에 우리가 걸어온 길과 시간과 마음이 묻어 있습니다.

<브루탈리스트>는 2차 대전과 관련한 기존 영화들과 달리 가해자의 폭력과 피해자의 비극적 희생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거나 상징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극단적 악의 반대편이 아니라 강함과 연약함, 선과 위선, 도덕과 부도덕, 윤리와 욕망을 함께 지닌 인간으로 그려냅니다. 주인공 라슬로에게 건축은 세상의 부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서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입니다. 노출 콘크리트 구조물 건축을 의미하는 브루탈리즘을 실천합니다. 아무런 장식도, 화려함도 없이 온전히 빛의 변화에만 의존하는 건축 양식은 그의 삶과 정신을 온전히 표상합니다.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속속 드러나는 사건을추적합니다. 이 폐쇄된 음모의 공간에 카메라가 진입합니다. 관객인 우리는 고스란히 이 모든 광경을 장애 없이 관찰합니다. 잘 짜인 화면 구도, 치밀한 서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등 이 영화는 한 편의 훌륭한 종교극이자 정치 드라마입니다.

<승부>는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지루하지 않고, 심리적 긴장과 팽팽한 기운이 화면 밖으로 넘쳐나도록 합니다. 또한 실화라는 소재주의나 전설적 기사들의 무용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와 인생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나아갑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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