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열에너지 전기화 로드맵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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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열에너지 전기화 로드맵 선포

"2035년 10만 가구 히트펌프 보급"
난방비 80% 절감 기대

  • 승인 2026-03-12 15:32
  • 이정진 기자이정진 기자
제주도청
제주도청
낡은 창호와 단열재를 새로 교체하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건물 뒤편에는 외부 공기의 열을 끌어다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히트펌프 2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곧 새 입주자를 맞이할 이 건물에서는 가스보일러를 쓸 때보다 연간 연료비용이 279만 원에서 56만 원으로 80%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 입주자는 화석연료 걱정 없이 전기만으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35년까지 도내 10만 가구의 난방과 온수를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해결하는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 대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오영훈 지사는 12일 금산로 주택을 직접 찾아 그린리모델링 전후 변화를 확인하고, 건물 앞 주차장에서 '외부 흔들림 없는 에너지 주권 실현'을 기치로 한 계획을 공개했다.

오영훈 지사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외부 환경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생활 속 전기화 대전환으로 도민의 에너지 주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금산로 주택은 제주도와 제주개발공사가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태양광과 히트펌프(공기열 냉난방 설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등급* 인증을 받은 사업이다.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난방과 온수를 모두 해결하는 이 건물은 제주도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의 표준 모델이다.

히트펌프는 공기 속에 있는 열을 끌어다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태우지 않아 탄소 배출이 없고 같은 양의 전기로 등유나 가스 보일러보다 훨씬 많은 열을 만들어낸다.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LPG가스 보일러를 쓰는 가정의 연간 난방비는 약 279만 원(월평균 약 23만 원) 수준이지만, 히트펌프로 바꾸면 약 56만 원(월평균 약 4만 7,000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23만 원, 약 80%를 절감하는 셈이다.

현재 제주 가정·상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32%가 여전히 석유류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률도 18.5%에 그쳐 농어촌 지역 대부분이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로 난방을 해결하는 실정이다.

이번 계획은 ▲청정열(히트펌프) 보급 확대 ▲산업·관광 재생에너지 100%(RE100) 전환 ▲지능형 수요관리 자원 확대 ▲제도적 기반 구축 등 4대 전략으로 추진된다.

올해 2,380가구(정부확정 예산안 기준)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9,520가구, 2035년까지 총 9만 6,156가구에 히트펌프를 설치한다. 설치비의 70%를 보조하고, 나머지 자부담분도 렌탈이나 저리융자로 지원해 사실상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나선다. 마을회관,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에 히트펌프를 먼저 도입하고, 취사분야에 있어서도 도청·시청 등 주요 행정기관 10곳의 구내식당 가스레인지를 2027년까지 인덕션으로 교체한다.

둘째, 1차산업과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모델을 확대해 청정에너지 기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시설하우스에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하고, 양식장에는 해수열 활용 히트펌프를 보급한다. 축산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RE100 축산물 출시를 넘어 농가 단위의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자급체계를 구축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호텔 9곳은 2032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며, 노후 산업단지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

셋째, 히트펌프로 전기요금도 아끼고 수익도 낸다.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낮 시간대 등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에 히트펌프를 집중 가동하면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구조도 마련된다(플러스 DR 제도). 난방을 하면서 요금도 아끼고 수익도 내는 셈이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도내 히트펌프 약 10만 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가상발전소(VPP)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약 1.5GW 규모의 자원은 출력제어 문제로 제약을 받았던 재생에너지 확대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산업단지와 마을 단위로 분산형 집단 냉난방 시스템도 함께 보급할 계획이다.

넷째, 히트펌프를 쉽게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

지난 10일 시행령 개정으로 공기열이 태양광·지열과 동등하게 공식 재생에너지로 인정됐다.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히트펌프 전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고, 설치 때 받을 수 있는 금융 지원과 건축 인허가 시 표준 체크리스트도 마련한다.

지열 히트펌프도 제주 실정에 맞는 기준으로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준 완화와 소규모 열 판매 허용 등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오 지사는 "생활 속 화석연료를 깨끗한 전기로 전환하는 이번 정책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동시에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도민 부담은 최소화하고 참여는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주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선도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이정진 기자 leejj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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