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공포와 원한의 공간 - '살목지'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공포와 원한의 공간 - '살목지'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5-14 16:52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513_151441163
영화 '살목지' 포스터.
귀신 이야기는 무섭습니다. 귀신이 무섭기에 그들이 출몰한다는 공간 역시 무섭습니다. 영화는 평소 별개인 줄 알았던 사람들의 영역과 귀신의 영역이 겹치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귀신들이 사람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그곳은 죽음의 공간입니다. 삶과 죽음이 멀지 않으며 여차하면 그 죽음의 세계가 삶으로 덮쳐 올 수 있다는 것이 영화 속 공포의 핵심입니다.

영화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무모함과 부주의함이 어떻게 공포로 이어지는지를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근원적으로는 공포와 죽음의 공간일 수 있음에도 직원들을 보내고 위험으로 인한 철수 요청을 묵살하는 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저수지 속 귀신들은 억울하게 죽은 존재들입니다. 원혼이 아닐진대 구천을 떠돌거나 지상의 특정 장소에 묶여 있지 않을 테니까요.

공포 영화는 사람들의 논리와 관습의 허점을 노립니다. 첨단 과학 기술의 산물인 내비게이션과 로드뷰로도 포착하거나 탈출하지 못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공포스럽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억울한 죽음들이 있는데 하필 물입니다. <왕과 사는 남자>(2026)도 그렇고, <다음 소희>(2023)도 그렇습니다. 세월호 사건도, 천안함 사건도 그러합니다. 어떤 이는 무관심하고, 어떤 이는 다소간 호기심이 있기도 합니다. 또 많은 경우 부주의하고 무모하기도 합니다.

물론 특정 사건과 영화 작품을 곧장 연결짓는 것은 견강부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적 장르로서의 영화는 진정한 애도와 깊은 성찰이 생략된 채 쉽게 망각하는 일에 대한 집단적 부채 의식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살목지의 음산하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압력은 산 자들에게는 당연히 공포입니다. 하지만 영원의 세계인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묶여 있는 원혼들에게는 애절함과 한스러움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 앞서 살목지로 직원들을 몰아넣었던 기업 논리의 공간인 사무실마저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 억울한 죽음 위에 삶을 구축해 온 한국인들을 생각하면 공포 서사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보리라'라고 한 옛시조처럼 앞으로 풀어야 할 이야기와 노래가 또 얼마나 많아야 할까요.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2.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3.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4. "지천댐 건립 지자체 결정권 없어" 선 그은 박수현 지사…주민들 사이 찬반 대립 지속
  5.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1. 세종시로 '국가기관' 이전… 수도권 문제 해법으로 유효
  2. 체육중·고 없는 '세종시', 국립체육영재학교 유치 절실
  3. [22대 첫 국감] 충청 하계U대회·행정수도 완성 강하게 어필
  4.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5. 충남도 의정비심의위 열고 도의원 월정수당·의정활동비 협의… 매달 582만 원으로 잠정 결정

헤드라인 뉴스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번역하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대다. 몇 줄의 질문만 입력하면 보고서는 물론 시와 소설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한국어도 예외가 아니다. AI활용이 늘어나면서, AI가 한국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밥 먹었어?"라는 표현에 대해 AI는 이를 단순히 식사 여부를 묻는 질문으로 설명하면서도 "한국어에서는 실제로 식사했는지를 확인하는 의미뿐 아니라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인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최근 5년 건설현장 사망자 1220명… 절반 이상이 `추락사`
최근 5년 건설현장 사망자 1220명… 절반 이상이 '추락사'

최근 5년여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추락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건설현장 사망자는 총 122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추락사고 사망자는 642명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건설현장 사망자 2명 중 1명 이상이 추락사고로 숨진 셈이다. 전체 건설현장 사망자는 2021년 272명에서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2024년 209명, 2025년 199명으로 줄었다. 연도별 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3000석 증축 추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3000석 증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