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상을 바꾸는 위기의식의 크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상을 바꾸는 위기의식의 크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1-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매사는 아니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 스치는 것 같은 미미한 일에서부터 생사가 달린 엄청난 일까지, 태반이 그렇다. 그러나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며 평온하게 살아간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 쓰나미가 있었다. 9.0에 달하는 강진으로 해일이 일어 동남아 12개국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 여파가 아프리카 서부 해안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인명피해만도 15만 명에 이르는 참사였다.



가만히 서있는 건물 안에 느닷없이 차량이 덮쳐오기도 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곧, 위치나 시간과 무관하게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자연과 환경의 돌출변화뿐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제도 및 기능의 와해, 개인과 집단의 육체와 정신, 정서적 변화가 파탄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언제고 파국에 이르거나 위험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의식이나 위기감 없이 우리는 잘만 산다. 만사를 걱정하며 살 수야 없는 일이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태도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라보는 시각 및 인식의 깊이가, 예측에서 대비, 결과까지 만들어 내는 가늠자가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에 전시장이 있다.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어서 찾는 예술가가 별로 없다. 외지다 뿐인가, 전시장이 모여 있지도 않다. 그곳에 가면 항상 전시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람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이 또한 대단한 약점이다. 작가가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접근성, 선호도가 떨어지면 다른 특징이나 장점, 매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유치를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사진전시에 최적화되어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장황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시설과 규모가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장르보다 사진 전시가 많다. 주최 측이 초대하는 사람은 어차피 대부분 오게 된다. 육백 여명의 문화가족과 지역주민이 찾는다. 관람객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진작가와 소통이 많아진다. 귀동냥으로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준비와 생생한 과정을 알게 된다. 정신적인 것이야 어느 장르와 다를 바 없지만 육체적 노고가 훨씬 크다. 어찌 보면 발로 창작하는 예술이다. 자연과 사람, 자신과의 만남이 깊고 조화롭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그 행복의 대부분은 즐거움과 환희에서 온다. 즐거움과 환희는 예술에서 얻는 것이 가장 크다.

작가는 남다른 생각과 자유로운 상상력, 낯선 시각과 관점, 독특한 기법과 기술로 새로운 레토릭을 만들어 낸다. 전시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내용, 형상, 기술이 다름을 느낀다. 거기에서 오는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전시 때마다 수회씩 돌아본다.

간혹 위기를 토로하는 작가가 있다. 인공지능의 대두나 사진 기술의 한계 등으로 예술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 아닌가? 위기의식, 위기감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사진기는 1839년 만들어 졌다는 것이 공식 기록이다. 상용화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화단엔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 자연주의 등이 진행되던 시점이다. 사실주의의 대표적 화가라 할 쿠르베는 선언한다. "회화예술은 예술가의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만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는 근본적으로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렇게도 말한다. "나는 천사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자연주의 화가 역시 실증주의, 실재, 결정론을 중시했다. 어느 것이고 내면의 세계, 비판의식이 담겨있지만, 실험과 관찰을 중시한 점이 약간 다르다면 다르다.

사실, 진실에 매달리던 그런 시점에 등장한 사진예술이 화가에게는 큰 위기였다. 할 일이 없어진 것과 같은 절망감과 위기감이다. 사진기법이 흉내대상이 되기도 한다. 빛에 대해 탐구하며 순간의 묘사에 열중한다. 그것이 인상파이며, 현대미술의 시발점이 된다. 그로부터 주제 및 소재, 색과 형상, 원근 등 미술의 제반 요소에 대한 치열한 연구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다.

모든 세상사가 마찬가지다. 어떤 현상에 대해 얼마만한 문제의식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위기감의 크기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 인류와 국가관계, 사회문제, 개인의 행불행이 결정된다.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위기감을 키워야 변화가 만들어진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세종시 '이응다리+중앙공원'서 빛의 향연...22일 개막
  3.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4. 대전대·건양대·목원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산·학 협력 활성화 위해 맞손
  5. (사)충남지역혁신사업단, 나사렛대 평생교육원과 업무협약 체결
  1. 건양대 인공지능학과 'KAICTS 2025 추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영예
  2. 조승래 국회의원, 충남대 후배들과 만나 소통
  3. [기고]성암 이철영 선생의 사불응(死不應)과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생불환(生不還)
  4. 배재대 IPP사업단 2026년도 일학습병행 참여기업 모집
  5. 한국소비자원 "온열 기능 다리 마사지기, 저온화상·피부손상에 주의해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