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시작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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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시작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 승인 2026-04-02 15:42
  • 신문게재 2026-04-0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규식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선양소주는 충청의 시간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그 시작을 돌아보면, 기업의 오늘은 어느 한 시점의 성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과 함께 쌓아온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가능하게 했던 선택과 결단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그것을 얼마나 흔들림 없이 이어가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방향이 결정된다. 그래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고 확장해 나가느냐에 대한 책임이다.

계족산 황토길은 그 출발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처음 이 길이 만들어질 당시, 맨발로 숲길을 걷는다는 발상은 결코 일반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쉼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은 시간이 지나며 분명한 의미로 이어졌다. 오늘날 계족산 황토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고, 대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가치는 '만들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관리하고 이어온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가 더해지며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것이다.

시작은 방향을 결정하지만, 지속은 그 가치를 증명한다. 좋은 선택도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를 잃고, 가치 또한 관리되지 않으면 오래 남지 않는다. 결국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시작된 길을 책임 있게 이어가는 데 있다.

한겨울에 열리는 맨몸마라톤 또한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함으로써 지역을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추위를 견디며 완주하는 과정은 강한 인상을 남기고,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도시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기업이 만들어야 할 것은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이다.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나눔 또한 같은 기준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크고 눈에 띄는 활동보다,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실천이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 기업과 지역의 관계 역시 이러한 시간 속에서 형성된다.

기업은 지역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업의 태도는 달라진다. 앞에 서서 이끄는 것보다, 같은 방향에서 함께 가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앞으로도 지켜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미 시작된 가치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것.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다.

계족산 황토길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작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시작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 역시 다르지 않다. 만들어진 길을 더 단단하게 다지고, 그 의미를 다음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기업은 순간의 성과로 평가받지 않는다. 결국 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왔는가로 판단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시작의 가치를 잊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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