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다시 '처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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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다시 '처음'을 생각한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 승인 2026-06-3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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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대와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최근 인공지능(AI)이 그렇다. 누군가는 AI가 가져올 편리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와 인간의 역할을 걱정한다. 낯선 변화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은 늘 새로운 시작의 연속이었다. 첫 등교, 첫 만남, 첫사랑, 첫 출근….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얼마나 성공했는지, 무엇을 이뤘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정작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인 '처음'은 쉽게 잊혀졌다. 나이 오십을 넘어서니 삶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채워져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처음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을 경험할 기회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 생애 처음 접하게 된 AI서비스인 '챗GPT'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질의응답하는 프로그램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사용하면 할수록 잘 모르고 있던 정보들을 취득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인생 도우미'가 돼가면서 아직도 세상에는 나를 설레게 하는 '처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처음'이란 단어는 흔히 어떤 일의 시작을 말하지만, 여기엔 시간적 의미 이상의 깊이도 담겨 있다. 익숙하지 않아 서툴고 실수하기 쉬운 상태인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상태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삶 속에는 이러한 '처음의 철학'이 깊이 스며 있다.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넘어지면서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응원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이 실수를 하면 "처음이라 그렇다", "시작이 반이다"라며 다독인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시작하지 않으면 공상에 불과한 것이다. 반대로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노자의 말처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은 차고에서 시작됐고, 인류 최초의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의 비행시간은 고작 12초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그 첫 시도가 세상을 바꿨다. 세상에 완벽한 시작은 없다. 중요한 것은 첫발을 내딛는 용기와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며, 목표한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선 여러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공지능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화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조금씩 성능을 높여 간다. 인간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처럼 AI 또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 또한 완벽함보다는 배움에 대한 열린 태도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업국가이자 기술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산업화도, 정보화도, 디지털 전환도 모두 누군가의 서툰 첫걸음에서 시작돼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 것이다. AI로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질문을 던져 보고, 처음 기술을 배워 보고, 처음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미래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는 언제나 그렇듯 서툶과 실수, 실패가 당연하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낯선 것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 실패를 배움으로 바꾸는 태도,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 앞으로 AI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가 다시 '처음'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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