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장미' '노루'… 태풍에 왜 이름을 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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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장미' '노루'… 태풍에 왜 이름을 붙일까?

이름 붙이면 기억하기 쉽고
신속한 정보전달 가능해
재난에 대비하는 지혜 담겨

  • 승인 2026-08-13 08:34
  • 신문게재 2026-08-13 9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태풍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번호보다 기억하기 쉽고 국가 간 정보 전달 시 혼선을 줄여 신속한 경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입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 제안한 140개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며,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은 경각심 유지와 혼동 방지를 위해 영구 삭제하고 새 이름으로 대체합니다.

각국의 문화적 특색이 담긴 태풍 이름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재난 대비를 위한 중요한 신호이므로,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기상 특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 몇 호 태풍'이라는 번호만으로는 헷갈리기 쉽다. 같은 시기에 두세 개의 태풍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지난 태풍과 이번 태풍을 구분해야 할 때 번호보다 이름이 훨씬 기억하기 쉽고 정보 전달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태풍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다.

북서태평양 태풍에는 2000년부터 국제 공용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태풍위원회에 가입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14개 국가와 지역이 각각 10개씩 이름을 제안해 총 140개의 명단을 만들고, 순서대로 사용한 뒤 다 쓰면 처음부터 다시 반복한다. 덕분에 전 세계 기상기관과 언론이 같은 이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국경을 넘나드는 태풍 상황에서도 혼선 없이 신속하게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이름을 짓는 방식에 저마다의 색깔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한국은 개미, 너구리, 나리, 미리내처럼 자연과 동식물에서 이름을 따오고, 일본은 텐빈, 야기 등 별자리에서 이름을 가져온다. 중국은 손오공을 뜻하는 우쿵처럼 신화와 전설 속 인물을 즐겨 쓴다. 다만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낸 태풍의 이름은 다시 쓰이지 않고 영구 삭제되며, 그 자리는 새 이름으로 채워진다. 같은 이름이 반복되면 과거의 큰 피해와 혼동되거나 경각심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필리핀은 국제 이름과 별개로 자국만의 이름을 따로 붙인다. 세계에서 태풍 피해를 가장 많이 겪는 나라답게, 국민들이 재난 정보를 더 빠르고 쉽게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도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북서태평양 태풍에는 국제 이름을 쓰지만, 대서양·동태평양 허리케인에는 세계기상기구(WMO)가 관리하는 카트리나, 앤드루 같은 사람 이름을 남녀 번갈아 알파벳 순으로 붙인다. 아시아 주변 태풍도 1999년까지는 미국식 사람 이름을 썼지만, 2000년부터 지금의 공동 관리 체제로 바뀌었다.

이렇게 각국의 개성이 담긴 이름이라 할지라도, 정작 중요한 건 이름 자체가 아니다. 태풍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그 이름이 뉴스에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주의보와 경보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신호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아지마미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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