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속의 대전]1. 대전시민회관 그리고 '우뢰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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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의 대전]1. 대전시민회관 그리고 '우뢰매'의 기억

양홍석/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6-08-19 17:35
  • 신문게재 2026-08-20 11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뢰매_시민회관 AI 합성사진
영화 '우뢰매'가 상영되었던 1980년대 대전시민회관 풍경. <AI 합성 이미지>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일 년 중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바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었다. 방학이 되면 대전시민회관에서 개봉하는 국내 로봇 애니메이션을 기다렸다. <로보트태권브이>를 시작으로 <슈퍼마징가3>, <쏠라원투쓰리> 등 당시 화려한 로봇을 앞세운 애니메이션들은 나와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애니메이션이 끝난 뒤 자동으로 눈과 손이 돌아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문구점에서 파는 프라모델과 완구였다. 물론 갖고 싶은 장난감을 손에 넣기까지는 부모님께 온갖 사정을 하고, 때로는 혼나기도 했다. 그래도 방학에 영화 한 편을 보고 갖고 싶었던 장난감 하나를 손에 넣는 일은 어린 시절 우리에게 더없이 큰 선물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86년 8월, 어린 시절 자체를 상징하는 영화가 찾아왔다. 아시안게임 개최에 대한 전 국민의 기대감과 여름휴가가 절정에 이르던 그때,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해 만든 <우뢰매>가 개봉했다.

초능력자 에스퍼맨이 여주인공 데일리와 함께 우뢰매를 타고 외계의 적들과 싸우는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최고의 코미디언 심형래를 중심으로 엄용수, 김정식, 김수미 등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했고, 손에서 광선이 나가는 등 초능력을 갖춘 외계인과 벌이는 전투 장면은 어린이들의 눈에는 마치 슈퍼맨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장면이었다. 당시 대전시민회관에서 <우뢰매>를 한 달 가까이 상영했던 것 같다.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부풀려지고 왜곡되기도 하겠지만, 당시 <우뢰매>를 보기 위해 대전시민회관 대강당에는 정말 많은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입장료는 1000원이었다. 한 회에 200~300명씩 입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리가 없으면 앞뒤 공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번 보고 돌아오는 것으로는 아쉬워 최소 두 번 이상 영화를 보기도 했다.

옛 대전시민회관 사진
1980년대 대전시민회관 모습. <중도일보 DB>
당시 대전시민회관은 다양한 시민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지만 어린이들에게 단순한 공연장만은 아니었다. 방학이면 친구들과 만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갖고 싶은 완구를 떠올리며,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전시민회관은 이제 사라졌다. 건물의 역할과 이름도 달라졌고, 연정국악원을 거쳐 현재 대전문화재단의 '대전예술가의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중도일보에서 옛 대전시민회관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한 장이 40년 전의 기억을 불러냈다. 그때의 건물, 그 앞에 모여 있던 어린이들, 영화표를 기다리던 줄, 입구 앞에 놓여 있던 완구와 프라모델, 그리고 화면 속에서 에스퍼맨과 데일리, 우뢰매가 하늘을 날아다니던 장면까지. 1986년 8월에 찾아온 <우뢰매>가 올해 개봉 40년을 맞는다고 한다. 대전시민회관도, 그곳에서 영화를 보던 어린이도 이제는 모두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1986년 여름, 대전시민회관에서 <우뢰매>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양홍석/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양홍석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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