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내 집 마련이 짐이 된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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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내 집 마련이 짐이 된 부동산 시장

박병주 경제부장

  • 승인 2026-08-26 16:13
  • 신문게재 2026-08-2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병주
박병주 경제부장
부동산 안정과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내놓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까지 가로막고 있다. 집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문의조차 오지 않는다.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시장이 됐다.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

분양을 받아놓고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실수요자도 생겨나고 있다. 집을 팔지 못해 의도치 않게 1가구 2주택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던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다주택자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집값 급등을 막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평생 벌어 내 집 한 채 마련하려는 사람과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는 다르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더 나은 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자까지 같은 규제로 묶는 건 주거 이동을 막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출 규제는 오히려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주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실수요자도 생겨나고 있다. 가족과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자금을 마련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하면 제2금융권이나 캐피탈을 알아보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고금리 담보대출까지 찾게 된다. 결국 은행에서 막힌 자금은 더 높은 이자로 돌아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몫이다. 이른바 '대출 난민'이 나오는 이유다. 우스갯말로 신규 아파트 입주 축하보다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건넬 정도다.

규제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도 시장에서 꾸준히 문제로 거론된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보호장치라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임차인의 거주가 보장되는 만큼 실거주를 위한 매매나 임대인의 주택 처분이 어려워지고 있다. 임차인에게는 보호장치가 임대인에게는 발목을 잡는 쇠사슬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세입자 보호와 임대인의 재산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월세 잠기고 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세입자를 들이는 데 부담을 느끼면 임대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가구 2주택자의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는 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매도가 어려워지고 양도세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차라리 공실로 두더라도 세제상 부담을 피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에서다.

서울과 지방의 시장 상황이 다른데도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대전에서는 거래를 막고 실수요자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 지방은 지역별 수요와 공급, 가격과 거래 상황을 고려해 보다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에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고 반복되는 규제는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 오늘의 정책을 믿고 집을 마련한 사람이 내일 바뀐 정책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떠안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집값 급등을 막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집을 사고팔고 이사하는 기본적인 시장 기능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평생 내 집 마련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입지로, 가족과 직장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는 것은 투기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평범한 선택이다.

내 집 마련은 누군가에게 평생 한 번뿐인 꿈이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을 팔 수 있고, 살 수 있고, 이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자금줄을 틀어막아 거래를 막고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우면서, 주거 이동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 /박병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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