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관계회복의 중요성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관계회복의 중요성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 승인 2025-08-1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1296467074
학교는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며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소중한 공간을 순식간에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이고, 한창 밝게 빛나야 할 아이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 학교폭력이다. 피해학생이 입은 신체적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 아물더라도 정신적인 고통은 오랜 시간 지속돼 학습 부진, 대인 관계의 어려움,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며, 가해학생은 폭력 행위라는 잘못된 문제 해결 방식을 학습해 성인이 되어서도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폭 사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 전체가 혼란을 겪게 되기도 한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응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학교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거나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01년 부산 동명고 살인사건, 2003년 고등학생 장기매매 사건, 2006년 청주 여중생 고데기 사건 등 흉포화, 집단화, 저연령화된 잔혹한 학폭 사건들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회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학폭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고조시키며 국가와 사회가 학폭 예방과 대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각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해 학폭 사안을 심의하고 조치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후 2020년 3월부터는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전담해오고 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해 학폭위가 열리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가해자에 1~9호의 조치가 내려진다. 또한 사안이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에 해당할 경우, 만 14세 이상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만 10세 이상 만 19세 미만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학폭이 단순히 학교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법적 책임까지 수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학폭 기록의 대입 반영이 강화되는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폭 건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2024년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의 2.1%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학생이 513만 명임을 고려할 때 1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폭 피해를 겪었음을 의미한다.

학폭에 있어 처벌은 중요하다. 하지만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과 관계회복, 치유의 노력이 함께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학교폭력제로센터를 전국 전국 시도교육청에 설치하고 학폭 발생 시 사안 조사부터 피해 학생 지원, 관계 회복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퇴직 경찰, 퇴직 교원 등 학폭 업무 및 조사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전담조사관으로 위촉해 사안 조사를 전담하게 해 사안 처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였으며 피해학생 지원단, 관계회복 지원단, 법률지원단을 가동해 학폭 발생 시 사안조사부터 피해학생 회복, 가해학생 지도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초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는 관계조정과 회복에 더욱 초점을 맞춘 '더 위해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 교육지원청이 상반기 운영한 성과를 발표했는데 3월부터 7월까지 총 40건 이상의 갈등 상황을 해당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고, 대다수 사안이 학교장 자체해결 또는 학폭심의 취소로 이어졌으며 만족도는 무려 97%에 달했다고 한다. 학폭을 단순히 사건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건강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과정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다.

학교는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작은 사회다. 이곳에서의 갈등 해결의 경험은 학생들의 성찰과 성장, 공동체 의식 함양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의 폭력의 고리를 끊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배움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대화와 화해 기반의 이러한 갈등 해결 시스템이 더 많은 교육현장에 도입되길 바란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현옥란-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동 골목길의 LP카페 '지기'… 무한대 음악 세상과 만난다
  2. [현장취재]K-리더십 연구소 개소식
  3. 충청권 4개 시도,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공동 대응 나서
  4. '시간 여행+짬뽕'으로 뜨거운 군산… 언제 가볼까
  5. 세종시, 3년 연속 '지속가능도시' 1위… 이면의 숙제는
  1. 대전시, 2026년 명장 3인 선정… 정한철·라영태·이형덕 명장
  2. 천안시탄소중립지원센터, 천안흥타령춤축제서 탄소중립 실천 홍보
  3. 천안도솔도서관, '읽고, 풀고, 쓰는 한글날' 운영
  4. [홍석환의 3분 경영]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5. 천안을 이재관 의원, 동물보호시설 사칭 막고 은퇴 봉사동물 지원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헤드라인 뉴스


6일부터 국회 국정감사 돌입… `충청발전` 지렛대로 활용해야

6일부터 국회 국정감사 돌입… '충청발전' 지렛대로 활용해야

6일부터 시작되는 22대 국회 후반기 국정감사를 충청현안 관철을 위한 결정적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처리는 물론 다가오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국군사관학교 설립, 충청권 광역철도(CTX) 등 지역발전과 직결하는 현안들에 대한 점검과 함께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회는 6일부터 각 상임위원회별로 피감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이번 국감은 이재명 정부 2년 차에 진행되는 만큼 각종 사안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25년 국감의 경우 정부 출범..

[2026 국감]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더딘 충청…대전 잔액률 74%
[2026 국감]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더딘 충청…대전 잔액률 74%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를 맞았지만, 충청권에서도 모금액 상당 부분이 실제 지역사업에 쓰이지 않은 채 기금으로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은 고향사랑기부금 집행액 가운데 답례품과 운영·홍보비 등 제도 운영에 들어간 경상비가 차지하는 비중만 전국 17개 시·도 권역 중 가장 높은 69.2%에 달했다. 제도 시행 이후 대전시는 지정기부를 포함한 사업비 집행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집계돼 기부금을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더불어..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117건 잡았지만… 환수 확정은 11곳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117건 잡았지만… 환수 확정은 11곳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서 100건이 넘는 위반 사례가 확인됐지만, 실제 환수까지 이어진 경우는 일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가 결정된 금액도 대부분 걷히지 않아 부정유통으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끝까지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조사에서 모두 117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해당 가맹점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환전한 온누리상품권은 2917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상군페스티벌 ‘북적북적’ 지상군페스티벌 ‘북적북적’

  • 러닝 열풍인데 천변길 관리는 ‘미흡’ 러닝 열풍인데 천변길 관리는 ‘미흡’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