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 승인 2025-12-28 15:54
  • 신문게재 2025-12-2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강병수 교수
강병수 교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지방 거점에 있는 국립대를 중심으로 국가 고등교육의 정상화와 지방소멸이 한꺼번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거점국립대는 전국 10개 권역별로 1개씩 만들어진 대학으로 각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서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고 국가 및 지역사회의 인재로 육성시키기 위하여 설립된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인-서울 경향은 교육부조차 거점국립대에 배정하던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 공모사업으로 전환하여 사립대에도 배분하기 시작하면서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지역민의 자제가 경제적 걱정 없이 그 지역에서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초저출산율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하여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발표를 하여 지방민의 희망은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개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땜질식 헛구호'였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국민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고 있다.

대통령께서 손가락을 펼쳐가면서 "같은 국립대인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이 서울대와 왜 차이가 나는가?", "거점국립대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의 반 정도도 안 되니 산업화 시대 장남에게 몰빵하는 것과 같지 않는가?", "이것이 진정으로 공정한가?"라는 등의 질문에 책임감 있게 대답하는 교육부 공무원은 없었다. 대통령의 통찰력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였다.

한 교육부 공무원의 대답은 "그동안 서울대 지원금이 관행적으로 누적되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향후 서울대 지원예산의 70%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30%의 격차가 매년 벌어질 것이다. 실제 지원금 규모를 보면 9개의 국가거점국립대에 도움은 되겠지만 이재명정부가 끝날 시점에도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 시기 국방예산과 전쟁 시 국방예산은 전혀 달라져 하는 것과 같이 초저출산율과 지방소멸시대 지방 고등교육 예산 규모는 현재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지원의 방향성 문제이다. 사업을 보면 지금까지 늘 해왔던 특성화사업이나 라이스 사업 등 다른 국책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를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여 지금의 서울대가 된 것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거점국립대는 서울대의 역할과 위상이 비슷한 거점국립대학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개 분야의 특성화로 소수의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학하는 그런 대학이 아니라 지역민 자제들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진학하는 거점형 종합대학이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수많은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명문 사립대학교에서는 지역 산업이나 취직과 관련이 약한 많은 학과가 폐과되면서 인문·기초과학 등이 없어지고 지역에서는 오로지 거점국립대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우수한 교수와 교육환경이 조성되면 학교의 위상은 높아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게 된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연봉과 연구비가 비교 우위에 있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거점국립대의 교수 연봉과 연구비가 서울대와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우수한 교수 채용을 위해 서울의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호봉 인상이 힘들다면 연구비 등을 대폭 상향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좋은 교수와 수업시수, 우수한 연구·교육기자재·시설, 낮은 등록금과 높은 장학금 혜택 등 탁월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면 서울로 향하던 지역민의 자제들은 다시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을 찾을 것이고, 다음으로는 서울이 아닌 지역의 좋은 사립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다. 이것이 진실로 우리 국민이 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이고 국가 고등교육의 정상화인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4.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1.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2. 아산시, 신동 곡교천로 진입도로 개통
  3. [춘하추동] 콜레스테롤은 억울하다?
  4. 건양대목원대 등 충청권4개 대학, AI중심대학 선정
  5. 승용차가 지상 개폐기 들이받고 운전자 도주...일대 2시간여 정전

헤드라인 뉴스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급전방식 변경을 고심 중인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현행 방식인 '수소트램'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현행 수소트램의 선정 과정과 장기 운영비, 2030년 개통 가능성까지 시에 전면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세금으로 30년을 감당할 사업이라면 그 결정의 근거도 시민 앞에 놓여야 한다"며 수소트램 선정과 차량계약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대전시에 요구했다. 이날 시민사회가 우선 문제로 꼽은 것은 민선 8기..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합작한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이 금의환향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펜싱 오상욱·박상원·최세빈과 근대5종 이종현이 이번 대회에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상원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과 함께 정상에 올랐고, 최세빈은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근대5종 이종현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금..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