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ADHD 전수조사가 놓치고 있는 ‘진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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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ADHD 전수조사가 놓치고 있는 ‘진짜 교육’

김경용 연양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6-02-05 13:52
  • 신문게재 2026-02-06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연양초 김경용 선생님 copy
김경용 연양초등학교 교사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자주 듣던 말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거나 "정서불안 아니냐"는 걱정 섞인 질책이었다. 늘 산만했고, 무언가에 진득하게 머물지 못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ADHD'라는 세련된 진단명 대신 '문제아'라는 투박한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에겐 에너지를 쏟아부을 '스포츠'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친구들과 매일 땀 흘리며 했던 축구가 나를 비로소 '사람답게' 만들었다. 공을 쫓아 달리는 동안 내 안의 소음들이 잦아들었고, 비로소 세상과 주파수를 맞추는 법을 배웠다. 운동은 내게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흩어진 나사들을 하나하나 조여주는 생존의 도구였다.

세월이 흘러 상담교사가 된 지금, 세종 교육계는 'ADHD 전수조사'라는 뜨거운 화두 앞에 서 있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비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현장에서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가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보듬는 곳이 아니라, 특정 학년을 일률적으로 검사해 의료적 진단을 내리는 '임상 기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낙인 효과와 학부모 민원이라는 현실적 장벽 앞에서, 우리는 과연 이 정책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은 검사 절차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치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을 처방하듯 말이다. 하지만 학교는 환자를 발굴해 병원으로 보내는 플랫폼이 아니다. 만성질환자처럼 평생 약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정답일까? 고혈압 환자에게 약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식단과 운동이 병행돼야 하듯, 교육청의 역할 역시 '진단' 그 자체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내가 브리지(Bridge)에 매료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리지는 '두뇌 스포츠'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공 하나에 집중하는 선수를 보고 아무도 ADHD 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고도의 집중력을 훈련하는 '선수'일 뿐이다. 브리지 역시 마찬가지다. 52장의 카드 흐름을 읽고 파트너와 소통하며 전략을 짜는 과정은 전두엽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인지 훈련이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복잡하고 정교한 스포츠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카드를 섞는다. 고도의 집중력을 매주 훈련하는 브리지 선수, 브리지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은 상담교사로서 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마인드 스포츠의 정점이자 '품격의 상징'인 발스티(Varsity·미국 학교에서 정식 선발을 거쳐 운영되는 학교 대표급 활동 체계) 종목으로 인정받는 브리지를 말이다. 브리지 클럽은 단순히 카드를 놀이로 즐기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팀원과의 조화, 상대방이 던지는 미세한 단서에 대한 몰입,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테이블 위에서 소통하며 예의를 갖추는 '사회적 지성'의 각축장이다.

나는 나의 어린 시절처럼 '나사가 빠졌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에게 넓은 세계로 통하는 카드를 건네고 싶다. 40년을 몰입하고도 더 나은 판단을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는 어른들의 뒷모습, 하루에도 수백 명과 테이블 위에서 소통하는 토너먼트의 열기, 그리고 세계 무대를 꿈꿀 수 있는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 사실 브리지를 즐기는 부모는 자녀 교육의 대가가 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자신의 패에만 집착하는 삶이 아니라, 타인의 신호를 읽고 배려하며 정해진 매너를 지키는 '품격 있게 노력하는 삶'을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육은 아이에게 '너는 이런 병이 있어'라고 라벨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너도 이 거대한 몰입의 세계에 동참할 수 있어'라는 경험을 선물하는 과정이다. 브리지라는 작은 테이블 위에서 10초를 더 참아내고 파트너를 믿으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는 것. 그 따뜻한 변화가 세종의 교실마다 피어나길 기대한다. 나만 잘 사는 법이 아니라 타인을 고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스포츠. 이보다 더 정직하고 위대한 교육의 선물이 또 어디에 있을까.
/김경용 연양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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