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화려한 스포츠 청사진, 이제는 사람을 길러내는 체육으로 채워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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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화려한 스포츠 청사진, 이제는 사람을 길러내는 체육으로 채워가야

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 승인 2026-06-03 15:32
  • 신문게재 2026-06-0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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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치열했던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고 지역을 이끌 새로운 당선인들이 결정됐다. 선거 기간 양당 후보들은 체육의 미래를 걸고 굵직한 공약들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대전은 야구장 관람석 증설 및 메가 파크골프장 조성과 AI 스포츠테크 육성이 맞붙었고, 세종은 27 U대회 시설 자율 관리와 체육 중·고 신설이, 충남은 5만 석 규모 복합 돔 아레나와 체육회 독립성 강화가, 충북은 1조 원대 돔구장과 국가 체육기관 유치가 격돌했다.

이 훌륭한 약속들은 지역 체육의 르네상스를 이끌 반가운 청사진이다. 하지만 차분히 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지금, 본질적인 제언을 보태고 싶다. 쏟아진 공약의 무게추가 화려한 외형을 앞세운 스포츠 산업 쪽에 다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체육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 피어난 꽃이 스포츠다. 뿌리인 체육이 위축되면 스포츠라는 꽃도 결코 오래갈 수 없다. 과거 학교 체육은 재능의 산실이었고, 교사들은 사명감 하나로 운동부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의 헌신을 보상하던 인사 혜택은 폐지된 반면, 악성 민원과 부상에 대한 무거운 법적 책임만이 오롯이 남았다. 사명감만으로 감당하기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해 운동부 기피 현상은 일상이 되었고, 체육 시간마저 민원을 우려한 정적인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생태계의 허리를 지탱하는 전문 지도자들의 현실도 뼈아프다. 한때 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이들은, 매년 성적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되는 비정규직의 굴레 속에서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교육자로서의 존중은 사라지고, 오직 선수를 관리하는 소모적인 노동자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생활체육인들의 헌신 역시 소외되고 있다. 각종 대회에 지역과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이들은 벅찬 명예를 품고 뛰지만, 지자체의 행정·재정적 예우는 거의 전무하다. 수백만 원을 자부담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내고 있음에도 선거철 표심을 위한 시설 확충의 대상으로만 소비될 뿐이다.

붕괴된 학교 체육, 벼랑 끝의 지도자, 자부담으로 자부심을 지켜내는 생활체육인. 이 절박한 뿌리를 외면하고 거대 인프라 육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훗날 그 훌륭한 공간을 채울 선수도 지도자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처음부터 화려한 스포츠의 돛에 어울리는 튼튼한 체육의 닻이 발맞춰 나아갔어야 했던 이유다.

이제 당선인들은 방향을 전환해 진짜 체육을 위한 생태계 복원을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아울러 시·도체육회 역시 공공 단체로서 제 역할을 다했는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선거 기간 후보들에게 진정 필요한 체육 정책을 적극 알려야 했음에도, 대다수 체육회는 수동적으로 침묵하며 공약이 인프라 중심으로 기우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점에서 충북체육회가 보여준 주도적 역할은 체육계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칭찬해 마땅하다. 뒷짐 지고 기다리지 않고 도내 11개 시·군체육회와 뜻을 모아 여야 캠프를 공식 방문해 체육인 처우 개선 등 현장의 목소리를 당당히 요구했다. 특정 정당 지지가 아닌, 체육회라는 이름으로 후보들이 제대로 된 청사진을 그리도록 정책 검토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새 지방정부에 체육회의 존재 이유와 위상을 명확히 각인시킨 모범적 선례다. 선거철마다 숨죽이며 지자체의 온전한 파트너로 존중받길 바랄 순 없다. 단체장과의 개인적 친소 여부에 체육회의 흥망성쇠를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현장 체육인들의 간절한 염원에 영원히 답할 수 없다. 새롭게 닻을 올리는 지방정부는 현장이 이토록 목마르게 찾는 정책들을 세심히 살펴주시길 당부드린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연계해 학교가 민원과 안전 책임에서 벗어나게 돕는 체육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도자 직업군의 처우를 개선해 자부심을 길러주며, 지역과 국가를 대표해 뛰는 동호인들에게 합당한 행정적 예우를 두루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새 지방정부가 약속한 스포츠의 화려한 청사진 위에, 사람을 길러내고 생태계를 살리는 진짜 체육의 본질이 조화롭게 결합될 때 충청권 체육의 백년대계는 비로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도화지 위에 그려질 것이다./오주영 국제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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