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야경(夜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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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야경(夜景)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6-08-26 16:53
  • 신문게재 2026-08-27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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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연 도자디자이너
야경(夜景)은 밤의 경치나 풍경을 말한다. 화려한 불빛과 가로등, 네온사인이 주인공이다. 달빛과 별빛이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인공조명이 만들어내는 화려함은 낮과는 전혀 다른 도시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야경을 즐기는 이들이 최고의 스폿(Spot)으로 몰려들어 사진 촬영과 밤 산책을 즐긴다. 외국인들이 남산서울타워에 올라 뷰티플과 어메이징을 연발하며 감탄을 쏟아낸다.

야경은 가까이 보이는 근경(近景)과 멀리서 보는 전경(全景)이 사뭇 다르다. 마치 대구경 망원렌즈로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렌즈의 줌 링(Zoom Ring)을 당기면 피사체 쪽으로 가까워져 확대된다. 화각이 좁아져 인물이나 사물의 디테일에 다가가 시선을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줌 링을 밀어 피사체와 멀어지면 화각이 넓어지며, 피사체를 둘러싼 배경과 상황이 한눈에 드러난다.

초점이 맞은 피사체가 선명하게 도드라지고 도시의 불빛은 흐릿한 배경이 된다. 선명한 피사체와는 다르게 배경이 되어버린 야경은 독특한 모양이 된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개방해 아웃포커싱 하면 초점이 맞지 않은 배경의 불빛(점광원)이 둥근 형태의 빛멍울로 퍼져 보이는 광학적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보케(Bokeh)라고 한다. 쉽게 말해 사진에서 불빛이 동그랗게 맺히는 현상이다. 사진가들은 아름답고 독특한 보케를 얻기 위해 수백, 수천만 원이 넘는 렌즈를 사들인다.

반면, 조리개를 적당하게 조이면 선명한 야경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동그란 보케는 사라지고 빛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빛갈림(빛 번짐) 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별모양 처럼 보여 스타버스트 이펙트(Starburst effect)라고 부른다. 조리개의 날이 홀수이면 날 개수의 2배만큼, 짝수이면 날 개수와 같은 수만큼 빛이 갈라진다. 사진가들은 보케의 매력에 빠지듯 빛갈림에 매료되어 다시 수백수천만 원을 쏟아붓는다.

정지 이미지(Still Image)로 담아낸 야경은 당연히 소리가 없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야경에 실제로 들어가 보면 매우 소란하다. 인파가 만들어 내는 웃음과 탄성이 도시의 소음과 더해져 시끌벅적하고 요란하다.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매장과 업소는 볼륨을 최대치로 한 경쾌한 음악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취객과 약간의 소동도 일어나는 게 도시의 밤이며 야경 속에 묻혀있다.

멀리서 아름다운 불빛과 빛갈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도시의 소음이 감춰진 야경만을 본다. 어떤 소동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나방처럼 빛에 이끌린다. 경탄과 환성이 섞인 자그마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야경 속에 직접 발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도 야경의 일부분이다. 지구 밖 위성에서 촬영한 반도의 야경과 수천만 명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더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최근 최고의 야경 스폿을 찾았다. 야경의 끝자락인 새벽에 달리기를 한다. 열대야와 폭염 때문에 해 뜨기 전이 아니면 달릴 수가 없다. 삼천교에서 달려 엑스포다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숨을 고르며 뒤돌아선 순간 야경을 봤다. 왼편에 조명이 거의 사라진 대형 건물, TJB 사옥과 고층아파트가 갑천에 비친 광경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밤새 화려한 야경이 거의 사라졌지만 오히려 고즈넉한 야경이 남아 있었다. 우편의 식물원, 전면에는 어울리지 않은 듯한 둔산대교와 고가도로가 보이는 탁 트인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동쪽의 이름 모를 산, 아마도 계족산 자락으로 보이는 산의 어두운 실루엣이 보였다. 너무나 조용해서 달리는 내내 숨소리와 발소리만이 들렸다.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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