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불타는 지구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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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불타는 지구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하여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26-08-31 17:17
  • 신문게재 2026-09-01 22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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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지난여름은 뜨거웠네!"

폭염이 극심했던 올해 여름을 압축한 문장이다. 서울 용산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초(超)폭염의 열기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도 맹폭했다.

기록적 폭염으로 독일 라인강, 불가리아 다뉴브강 등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19세기 화물선, 매머드 유해로 추정되는 화석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일본 기업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 앉아 더위를 식히는 '인간용 냉장고'를 출시해 200대 이상 팔았다. 유럽연합(EU)이 폭염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인 약 295조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편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지면을 달구는 '슈퍼 엘니뇨'로 인해 중남미 지역이 극심한 가뭄과 식량 위기에 놓인 가운데 파나마운하는 수위 저하로 운영이 축소됐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미시적 명제인 날씨와 거시적 명제인 기후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인류 역사도 날씨와 기후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표적 사례가 1315년 유럽 전역에 쏟아진 유례없는 폭우와 이상 저온 현상이었다. 당시 멈추지 않는 비로 인해 토지가 물에 잠겨 파종 자체가 불가능했고, 애써 심은 농작물은 수확하기도 전에 썩어버렸다. 대폭우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315~1317년 대기근(Great Famine)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장마는 11세기부터 이어져 오던 유럽의 인구 증가와 경제 호황을 끝장내고, 14세기를 '위기와 재난의 시대'로 몰아넣은 결정적 전환점이 된 것이다.

근세로 눈을 돌려보면, 1970년 동파키스탄을 강타한 사이클론 '볼라'는 사망자만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끔찍한 참사를 불러왔다. 막대한 인명 피해에는 서파키스탄 중앙정부의 미흡한 재난 경보 체제와 부실한 기반시설 등 인재의 요인이 컸다.

특히 재난 직후 보여준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구호 조치는 동파키스탄 주민들에게 씻기 힘든 소외감과 분노를 불러왔다.

맹렬한 분노는 총선에서 자치 세력의 압승으로 이어졌고, 서파키스탄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1971년 독립 전쟁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 전쟁이 서파키스탄의 패배로 끝나면서 동파키스탄은 '벵골의 나라', 즉 방글라데시로 다시 태어났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맞아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파리협정을 체결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비록 올해 미국이 재탈퇴했지만(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돈벌이를 위한 산업이며 사기극"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제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소설도 나왔다. 미국 작가 킴스탠리 로빈슨이 2020년에 펴낸 '미래부(The Ministry for the Future)'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인류의 노력을 그린 과학소설로 제도를 고치고 연대하면 괴멸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실현 가능한 희망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 코인 도입과 빙하의 해빙 속도를 늦춰 해수면 상승을 막는 빙하 하부의 물빼기,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해 평균기온을 낮추는 에어로졸 살포 등 각종 지구공학 기술들을 소개한다.

소설 속 지구공학적 접근이나 시스템 전환이 거시적 해법이라면, 현실에선 기후위기 극복의 흐름을 신산업 육성의 '기회'로 삼는 실질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미 국내 업계는 에어컨처럼 전기를 기반으로 냉매를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냉난방하는 히트펌프의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고효율 3·5족 화합물 태양전지의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친환경 기술 혁신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인류 목표에 기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온전하게 되돌려 주기 위해, 최근 네팔 대홍수 등 재난을 겪지 않고 녹아내리지 않는 여름을 맞기 위해 중지(衆智)를 모아야 한다./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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