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비엔나 협약과 오구라 수집품, 일본의 '행동 채무' 이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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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비엔나 협약과 오구라 수집품, 일본의 '행동 채무' 이행을 촉구한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6-09-01 17:25
  • 신문게재 2026-09-02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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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이사장
문화유산의 회복은 단순히 유물을 물리적으로 돌려받는 일을 넘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신성한 여정이다. 그 중심에는 일제강점기 조선반도에서 불법 반출된 뒤 여전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오구라 수집품'이 있다.

지난 1965년 한일회담 당시 일본 정부는 동 컬렉션이 헌법상 보호받는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를 대며 반환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1981년 '오구라 컬렉션 보존회'가 해산될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유산들을 한국 측에 기증·환원하도록 권장하기는커녕 도쿄국립박물관에 수증하여 자국의 '국유재산'으로 전격 편입시켰다. 이는 한일 양국이 맺은 약속을 정면으로 무력화한 적극적인 권리 침해 행위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저지른 명백한 국제법 위반 사실을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

1965년 한일 문화재협정 체결 당시 양국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부속 문서인 '합의의사록'을 채택했다. 이 문서에는 "일본국 정부는 한국에 체류하지 않는 민간 소유의 문화재에 대하여는 한국 측에 기증하도록 자발적 의사를 권장(勸奬)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국제법상 '권장한다'는 문구는 단순한 도의적 수사가 아니다. 그 목적 달성을 방해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임, 즉 '행동 채무(Obligation of Conduct)'를 부과한 것이다.

민간 소유의 유물을 국가가 흡수해 국유화한 것은 한국으로의 환원을 영구히 차단하려는 의도이며, 명백한 행동 채무 불이행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국유재산 편입은 국제관습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Good Faith)'을 위반한 행위이다.

1969년 제정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4조의 비소급 원칙을 감안하더라도, "약속은 준수되어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조약 성문화 이전부터 이미 확립된 강력한 국제관습법 체계다.

따라서 1965년 조약 체결 당시와 1981년 국유화 당시의 일본 정부를 전반적으로 구속한다. 일본 정부는 보존회가 해산될 당시 합의의사록의 취지에 따라 한국으로의 기증을 유도했어야 마땅하다. 자국 박물관의 소유로 귀속시킨 행위는 조약의 목적을 스스로 좌절시킨 신의칙 위반이다.

세계적인 흐름 또한 문화재 환수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특별법(Loi n° 2020-1673)을 제정하여 국가 재산의 양도 불가 원칙이라는 빗장을 풀고, 과거 식민지였던 베냉과 세네갈에 국유 문화재를 전격 반환한 바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윤리 강령 역시 '법적 소유권이 도덕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불법 반출의 경위가 명백한 오구라 수집품은 한민족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적 권리이자 자산이다.

이에 문화유산회복재단은 일본 외무성과 문화청, 도쿄국립박물관에 1981년 수증 당시의 사전 협의 및 내부 법적 검토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자 한다. 과거의 불법 반출 행위를 덮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약탈 문화재를 국유화한 꼼수는 국제 사회의 준엄한 법 원칙 앞에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 재단은 오구라 수집품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일본 당국의 기만적인 조치를 고발하고 국제법적 책임을 묻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과 실천만이 한일 간의 진정한 역사적·문화적 화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일본 당국은 무겁게 깨달아야 한다./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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