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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홍철 한남대 석좌교수 |
행복학에서는 '미래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행복해진다'는 환상을 가지면 '미래의 노예'가 된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것을 강조하면서 정작 저 자신은 평생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 그것이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현재의 삶 자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극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임영웅씨가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은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고, 그 뒤에 소설을 읽고 부조리한 인간의 삶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지요. 두 주인공은 50년 동안이나 오지도 않는 고도를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베케트는 기다림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왜?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그냥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두 주인공은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찍해"라는 대화를 하면서도 마냥 기다립니다. 이들의 삶은 기다림뿐입니다. 사실상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다림이 그들을 50년 동안 버티게 했던 힘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순간이 농축된 현재인 것입니다.
기다림은 허망한 게 아니라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한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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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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