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 정치/행정
  • 충남/내포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부여 내산초 교사 박은영

  • 승인 2025-12-12 14:14
  • 신문게재 2025-12-12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부여 내산초 교사 박은영
부여 내산초 교사 박은영
내산초에서의 마지막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로 한창 조심하던 2021년부터 다양한 예술 교육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나에게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면서도 내산초 학생들은 합창, 리코더 등을 배우면서 꾸준하게 예술적 역량을 기르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이제는 일련의 과정들을 이끌게 되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을 통해 나 역시 새로운 자신감과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산초에서의 예술 활동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예술 교육의 전문가셨던 교무부장 선생님의 지휘 아래 여러 가지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부임 다음해인 2022년에는 충남 119소방동요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대회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는 교무부장님의 추천을 받아 3~6학년 학생들과 소방 동요 '불꽃'을 노래하며 우산, 깃발과 함께 율동을 연습하면서 멋진 공연을 만들어냈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2등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게 됐다.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2023년에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아주 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예술 활동을 뮤지컬로 만들기로 했는데 다년간 리코더 합주 활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주제로 해 '꿈꾸는 아이들, 뮤직Q'를 준비했다. 전체적인 진행은 교무부장님이 맡으셨고 나는 교무부장님의 도움을 받으며 뮤지컬 속에 나오는 리코더 합주를 맡게 됐다. 소프라노 리코더만 알던 나에게 다양한 리코더가 등장하는 합주를 지휘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앞에 나가 지휘하는 것도 창피하고 합주를 다듬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힘들었지만 무사히 뮤지컬 공연을 잘 완성했다. 따로 준비하던 리코더 합주는 충남학생음악축제에 출연해 잘 공연했다. 그 해는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해였지만 예술 활동을 이끌어 가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감도 많이 다진 한 해이기도 했다.

2024년부터는 교무부장님이 떠나시고 내가 그 뒤를 이어받게 됐다. 준비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다가 막상 주도적으로 이끄는 입장이 되다 보니 부담이 컸다. 그러다가 전년도 학생예술동아리 공모전 수상으로 전국 학교예술교육축제에 축하 공연을 하게 됐다. 서울 경희대에서 공연하는 큰 무대인지라 걱정도 많았지만 이전 부장님께 조언도 구하면서 전교생을 데리고 공연을 준비했다.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보인 놀라운 변화는 학생들이었다. 이제는 공연에 대한 부담은커녕 참여하고 싶다는 도전 의지도 생기고, 어렵지만 참고 연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 후에는 너무 재미있다며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 난 참 힘들었는데 말이다.



올해도 예술 업무를 맡고 있으며 여러 번의 합창 공연도 다녀왔다. 또한 어김없이 리코더 합주도 맡고 있다. 학생 수가 줄었지만 한 번이라도 더 학생들이 공연하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을 데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힘들다고 투덜대는 학생들을 다독이기도 해야 하고 뒤처지는 학생들을 격려하며 해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들이 어려웠다. 하지만 공연 뒤에 보여주는 학생들의 벅찬 웃음은 나를 뭉클하게 한다. 나 역시 또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으며 힘듦은 잊고 다시 도전하려는 의지도 생긴다.

5월에 학생자치회에서 준비한 스승의 날 행사에서 화환 리본을 받았는데 '잊지 못할 마에스트로 늘 빛나고 멋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함께 이겨내면서 학생들과도 끈끈한 유대가 생긴 것 같다. 이젠 나를 믿고 힘차게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있어 앞으로 남은 리코더 합주도 재미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내산초 작은 천사들의 멋진 하모니는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5.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1. [세상보기]시한부 도시
  2. [사설] 같은 EPZ 기준으로 유성구에도 지원해야
  3.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