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없이 비행' 포스텍, '전기제트엔진' 첫 실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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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없이 비행' 포스텍, '전기제트엔진' 첫 실험 성공

포스텍·한국기계연구원

  • 승인 2026-03-12 17:22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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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포스텍 교수


불꽃이 공기를 밀어낸다. 연료 한 방울 없이 오직 전기만으로 말이다. 헤어드라이어가 뜨거운 바람을 만들어 내듯, 전기로 만들어진 고온의 공기가 뒤로 뿜어지며 추진력이 생긴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전기제트엔진'이 현실이 됐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이정락 박사, 한국기계연구원(KIMM) 강홍재 박사 연구팀이 대기압에서 작동하는 공기흡입 전기추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항공우주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애드밴시스 인 스페이스 리서치(Advances in Space Research)'에 실렸다.

항공 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이다. 비행기는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연료를 태워 뜨거운 가스를 뒤로 내뿜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각종 배출물이 발생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연료를 태우지 않는 추진 방식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플라즈마(plasma) 전기추진'이다. '플라즈마'는 고체·액체·기체와 다른 '제4의 물질 상태'로, 전기를 이용해 기체를 이온 상태로 만든 것이다. 이를 가속해 뒤로 밀어내면 추력이 만들어진다. 연료를 태우지 않아 배출가스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공기가 거의 없는 우주 공간이나 높이 150~400km 상공, 이른바 초저궤도에서 주로 연구됐다. 공기가 빽빽한 대기압 환경에서는 플라즈마 자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기가 많을수록 불꽃이 쉽게 꺼지듯, 방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회전 글라이딩 아크(Rotating Gliding Arc, RGA)' 구조로 풀었다. 회전하는 플라즈마 불꽃을 이용해 대기압에서도 안정적인 방전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새롭게 설계한 추진기관 안에서는 공기가 빨려 들어오며 소용돌이를 만들고, 그 흐름 속에서 회전 플라즈마가 형성된다. 이 플라즈마가 공기를 빠르게 가열한 뒤 뒤쪽으로 밀어내면서 추력이 발생한다.

실험 결과, 대기압 조건에서도 플라즈마 방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추진기관 내부 압력이 약 5.7기압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계속 작동했으며, 이때 발생한 추력은 최대 2.5뉴턴(N)에 이른다. 추력 대비 전력 비율은 708밀리뉴턴/킬로와트(mN/kW)로 이는 기존 플라즈마 추진기보다 약 10배 높은 수치다.

연구는 플라즈마 전기추진이 우주가 아닌 지구 대기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나 장시간 하늘에 머무는 무인기 같은 차세대 항공 이동 수단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항공 산업에서 친환경 무탄소·무연료 추진 기술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안나 교수는 "연료를 태우지 않고 전기만으로 추력을 만드는 전기제트엔진 개념을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강홍재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시간 비행하는 무인기나 차세대 항공 이동 수단은 물론 초저궤도에서 공기를 활용하는 추진기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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