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의 나노 포장 배달 시스템, 바다숲 되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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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의 나노 포장 배달 시스템, 바다숲 되살리나

황동수 포스텍 교수팀 해양생물 메커니즘 규명

  • 승인 2026-04-22 16:28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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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수 포스텍 교수


파도가 몰아치고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멍게는 어떻게 바위에 붙어 있을까. 최근 연구를 통해 멍게가 접착 물질을 단순히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nm) 크기 단단한 고체 입자에 담아 목적지까지 배달한 뒤 현장에서 풀어 사용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스텍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팀이 멍게의 부착기관인 가근을 연구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멍게의 체내 수중 접착 물질 전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지구 곳곳에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이른바 '바다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닷속 바닥이 황폐해지면서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양식해 다시 바다에 이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나 해저 표면에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뿌리처럼 생긴 해양 생물의 가근을 이용해 바위에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원리가 연구되고 있지만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해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멍게 가근에서 분비되는 접착 단백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멍게는 접착 단백질을 단순한 액체 상태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 이온과 결합해 나노미터 크기의 고체 입자로 만든 다음 세포 안에서 단단히 포장해 운반하고 있었다.

철, 크롬, 바나듐 등 금속 이온과 결합한 이 나노입자는 단백질이 체내를 이동하는 동안 단백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케이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나노입자가 세포 밖으로 분비돼 가근 표면에 도달하는 순간, 입자 구조가 재편되면서 그 안에 있던 접착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이동 과정에서는 구조 안정화에 기여하던 금속 이온이 접착 단계에서는 분리돼 빠져나가는 등 역할이 전환되는 점도 확인됐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같은 해양 생물인 홍합의 접착 전략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홍합은 접착 단백질 속에 있는 '도파(DOPA)'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금속 이온과 직접 결합해 강한 접착력을 만든다. 즉, 홍합에서는 금속 이온과의 결합 자체가 접착 핵심 원리인 반면, 멍게에서는 접착 물질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금속 이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멍게는 접착제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연구는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에 안정적으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조류 초기 부착을 보조하거나 수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바이오 접착 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동수 교수는 "바다숲 조성이나 해조류 양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초기 부착 문제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가근 접착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 생태계 복원, 나아가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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